팽목항, 등에 업은 물결
팽목항, 등에 업은 물결
  • 거제신문
  • 승인 201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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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석 칼럼위원

▲ 김한석 전 거제문인협회장
목메는 피
겨우 가득 억누르고
돌아오는 그 얼굴
보고 또 보며
온 바다 짊어진 무게
어찌 발 길 아니 더디랴?
 
갈매기 훨훨 날아
풍랑 안개 갈아들어
뒤 산 연초록 산 빛이
옷깃을 여며 섰을 때는
팽목항(彭木港), 등에 업은 물결이
가도 오도 못한다.
 
죄를 지은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죄를 짓지 않은 사람도 없다. 법에 건 죄만 죄가 아니다. 누구에게 돌을 던지랴, 그 소리도 아닐 것이다. 스스로의 참회와 뉘우침이 철저함에 따라 조금씩은 일어서는 힘이 다를는지 모른다.

지난 4월16일, 세월호 침몰에 288명의 사망자중 대부분 학생을 주검으로 몰아간 선장의 비인간적인 죄를 필두로 그 연계성을 짚어볼 수 있다.

배를 수칙 부실한 상태로 출항시킨 선사(船社)의 오너적 책임과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아 세상에 둘도 없는 재앙을 불러들인 상층 조직, 나아가서 행정 부서 역시 통탄할 죄를 지었지 않느냐. 여기에서 한 줄에 꿴 전문부서만 이런 참사를 저질렀단 말인가? 그 누구도 세월호의 비도덕성과 같은 인간의 나약한 그늘을 제마다 아주 숨기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난 18일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세월호 참사 65일째인 이날 오전까지 실종자가 12명이라고 밝혔다. 단원고 학생 6명과 교사 2명, 승무원 1명, 일반인 3명이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일 1명을 찾은 이후 10일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바늘구멍 보다 더 작은 부주의와 무관심이 큰 둑을 무너뜨리고 온 나라를 물에 떠내려가게 한 것과 다름이 없는 상황이다. 자기의 작은 목숨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어쩔 수 없다고 하는 이러한 불신과 좌절. 사회의 현실적 구조가 원죄처럼 억압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크나큰 죄의 속물이 아닐 수 없다. 이참에 우리들은 죄의 얼굴이 나에게 있다는 것을 통감하고 자성과 참회의 긴 날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날을 맞이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주변을 공박하려고 살펴서는 안 된다. 자기 하나라도 올바르게 할 수 있는 단계와 과정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러한 사람들이 모이기를 바라고 깊은 반성에서 울어나는 공정한 여론을 제도화 하는데 전문성과 기술력을 집중해야 한다. 정치현실은 진정한 지도자를 뽑기 위한 일정에 후보자보다도 작은 한 표가 참되게 모였을 때 이보다 더 큰 힘이 없을 것이다.

6·4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세월호 참사의 획기적인 교육의 과제도 맨 앞에 실천되기를 바란다. '어른'의 말과 사회의 규칙을 듣지 않게 만든 기성세대의 과오와 적폐를 물리치는, 문자 그대로 백년대계의 교육 철학은 무엇일까? 수칙을 실천하고 연습하고 훈련해 어른들의 솔선수범으로 살신성인하는 모습을 후대에 보이는 일이 아닐까.

삶의 질을 높이는 부단한 연습이 일상생활화 되어야 한다. 억지로 하기보다 하고자 하는 자성 자각된 마음이 스스로 울어날 때 원하는 일을 전개할 수 있다. 발전과 진보와 성취가 가능하다. 이러한 결과물은 마음의 도리와 자각에서 이뤄진다. 아주 작은 수고가 곁들일지라도 연습을 끊임없이 지속한다는 것은 생애를 건 노력이어야 한다. 전일적인 정신의 통일을 뜻하기도 한다. 연습하지 않고 훈련하지 않고 교육하지 않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다. 훈련 없이 교육 없이 사고가 신속 지선하게 대응 실천되지 않는다. 통일을 닮아가고 이뤄내는 원리도 여기에 있다.

제도와 수칙과 법제의 수레바퀴가 제대로 작동하고 녹이 슬지 않도록 하는 연습은 국민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책임(責任)이고 의무(義務)이다. 국가를 개조하고 필요한 제도를 만들어내기도 하거니와 이에 주어진 도리를 다해 희망찬 사회를 가꿔야 할 때도 지금이다. 새로운 국민으로 거듭 태어나는 이웃이 되어 오늘을 살아간다. 모든 것은 은혜와 축복을 가지고자 하는 우리들의 믿음에 있다. 저 해원(海原)을 흔들어, 미래를 향한 당당하고 도도한 물결을 다 함께 받아 한껏 채워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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