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례봉향·사생대회·백일장·휘호대회…높은 기온에 그늘 없어 학생들 고생

임진왜란이 일어난 것이다. 왜적의 침입으로 나라가 도탄에 빠져있던 어느 날 임진년이래 처음으로 해전승전소식이 들려왔다.
경남 거제 옥포 앞바다에서 이순신 장군이 지휘한 조선 수군이 일본 수군의 도도 다카토라의 함대를 격파했다는 것이다. 옥포해전에서 큰 피해를 입은 왜적은 기세가 꺾기고 통신과 보급로가 끊겨 왜군의 침략이 저지됐다. 또한 이날 격파된 왜적의 배는 26척, 전사한 왜적의 수는 4천여 명에 이르지만 조선 수군은 단 한척, 한명의 피해도 없었다. 옥포해전은 위대한 충무공 이순신장군이 이룬 23전 23승 전승신화의 시작이다.
옥포는 현재 세계최고의 조선소가 들어서 조선 수군이 군림하던 과거의 영광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옥포만 끝자락에 만들어진 옥포대첩기념공원에서는 매년 옥포대첩기념제전을 통해 '나라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애국애족의 충무정신을 기념하고 있다.
올해로 52회 째를 맞이하는 옥포대첩기념제전은 1953년 거제군교육구청 주관으로 학생들과 공무원 등이 성금을 모아 아주동 당등산성 거북재에 '옥포대승첩기념탑'을 건립하고, 1957년 6월 12일 제막과 '옥포대첩기념제전'을 거행한 것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옥포대첩기념제전은 본래 3일에 걸쳐 진행되며 의식행사와 민속문화행사, 전시·공연행사, 경축행사, 부대행사 등 다채로운 행사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승전행차 가장행렬과 제례봉행·사생대회·백일장대회·휘호대회·전야제 불꽃놀이 등 기념제를 대표하는 행사들이 매년 이어지고 있다.

다만 거제시문화예술재단이 소리극 '이순신' 10일 오후 2시와 7시 30분 2회에 걸쳐 거제문화예술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렸다. 이화국악연구소가 주관하는 '이순신'은 올해로 52회를 맞은 옥포대첩기념제전 기념 공연으로 이뤄졌다.
지난14일 옥포대첩기념제전 행사당일은 높은 기온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지만 거북재에는 많은 차량들이 주차돼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 기념공원에 주차공간이 부족했다. 이에 교통통제요원들은 큰길로 주차를 유도하고 길가에 주차를 하면 버스를 이용해 기념공원까지 이동하도록 준비돼 있었다.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은 편리하게 행사장을 오갈 수 있고 많은 사람을 행사에 유치하기 위한 주최의 노련함이 엿보인다. 하지만 한 번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버스를 이용하지 않고 산책로를 이용해 걸어가는 가족들도 많았다.
참가자를 태운 버스는 옥포대첩기념관 앞에서 정차했다. 기념관앞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도착해 있었다. 차례차례 버스에서 내린 참가자들은 안내요원의 안내에 따라 주최측에서 준비한 생수와 거제경찰서 여성명예소장 연합회에서 나눠주는 부채를 지급받았다. 무더운 날씨에 시원한 생수와 부채를 받은 참가자들은 연신 부채질을 하며 옥포루로 향하기 시작했다.
힘들게 옥포루에 도착한 사람들은 갑자기 부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10시가 넘어서며 땡볕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옥포기념탑 인근에는 나무들이 있지만 많은 인원이 좁은 장소에 몰린 탓에 자리경쟁이 일어나며 그늘마다 모여 있거나 옥포루를 향하는 길에 있는 등나무근처까지 멀리 자리를 잡은 참가자들의 모습도 많이 보였다.
이에 회화대회 참가자 학부모 서민철씨(35)는 "좋은 행사이고 아이가 참여하여 경험해보면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왔는데 더위를 피할 곳이 없어서 곤란하다"며 "차양막을 준비했더라면 좀더 많은 사람들이 쾌적하게 행사를 즐길수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그늘이 있는 곳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늦게 도착한 참가자들은 텐트를 이용하거나 양산을 이용해 머리만 감추는 등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 더위와의 싸움에 힘겨워했다.

이번 52회 기념제의 백일장대회 시제는 초등부 저학년(1-3)은 운문은 친구, 산문은 별명이었고 초등부 고학년(4-6)은 운문은 바다, 산문은 비였다. 중등부는 운문은 열쇠, 산문은 마음, 고등부는 운문이 만남·물, 대학 일반부는 운문은 그늘, 산문은 세월로 정해졌다. 회화대회의 시제는 즐거운 가족여행이었고 휘호대회는 각각 시제를 따로 나눠주는 방식이었다.
학부모들과 참가자들이 종이와 시제를 확인하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한시간 오후 1시30분까지 완성해야 한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조언을 해주기도 하고 직접 도움을 주기도 하며 일반부 참가자들은 음악을 듣거나 자리를 옮겨가며 작품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번 대회시간동안 특이한 제한사항이 있었다. 참가자와 참가자 학부모 모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로 한 것. 스마트폰을 이용해 글이나 그림을 보고 따라하는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결정된 사항이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 되며 생긴 특이한 풍경이다.
대회를 시작한지 1시간이 넘어가자 어느 정도 작품들이 완성돼가고 있었다. 휘호대회를 참여한 참가자들을 살펴보니 이미 완성을 하고 불만족스러운 작품들은 다시 그려가며 진행했고 회화대회 참가자들도 스케치를 마무리 하고 채색을 하기 위해 수통에 물을 길러오고 물감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백일장대회 참가자들도 글을 대부분 완성하고 수정을 하고 종이를 다시 받아가는 등 대회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조금씩 눈살이 찌푸려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주최측에서 참가자 학부모들에게 작품에 개입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아무런 거리낌없이 참가자를 대신해 그리는 경우가 생기며 참가자들 사이에서 실랑이가 일어난 것이다.
'아이가 자체적으로 하게 내버려 둬라' '학부모가 해주면 공정한 경쟁이 아니지 않나'라는 등 불만이 발생, 결국 말다툼까지 이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회화대회에 참여한 김아름 학생(18)은 "학생들이 경쟁을 하는 대회에서 부모들의 개입이 너무 심한 것 같다"면서 "초등부학생의 그림을 성인이 그리면 당연히 공정성을 잃는 것 같은데 아무런 제지가 없다"고 말했다.
부모들의 많은 개입이 있었지만 주최측은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참가자 일부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옥포대첩기념제전은 규모가 해를 넘어갈수록 작아지고 있다. 거제를 대표하는 축제이지만 지원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52년 반세기가 넘는 시간동안 이어지고 있는 전통적인 축제다. 오래전 목숨 바쳐 나라를 구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숭고한 정신을 이제는 우리들이 관심과 사랑으로 지켜나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