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논란에 휩싸였던 경남지역 중3 학생들의 올해 고입선발고사가 오는 12월19일 계획대로 실시된다. 하지만 중2 학생이 해당되는 내년도 고입선발고사는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이마저도 미지수다.
이에 따라 고입 선발고사 대상인 현재 중학교 3학년의 경우는 입장이 정리됐다 하더라도 중학교 2학년의 경우는 역시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진보성향의 박종훈 교육감 당선자는 지난 19일 오후 경남도교육청 브리핑 룸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 당선자는 당초 공약으로 내세운 ‘고입선발고사 폐지’ 공약을 철회하고 올해는 지난 3월에 공고된 계획대로 고입선발고사를 치른다고 밝혔다.
이날 박 당선자는 “올해 당장 고입선발고사 폐지를 기대하고 지지해 주셨던 도민들께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향후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 고입선발고사를 폐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 당선자는 “이번 선발고사 결과를 철저히 비공개로 해 학교가 서열화 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며 “만약 이를 지키지 않으면 취임 후 관련자에게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또 박 당선자는 내년 고입선발고사를 시행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오는 가을께나 내년 3월 2016학년도 고입선발 전형계획이 발표되기 전까지 공청회와 여론조사 등 공론화 절차를 거칠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을 설득해 고입선발고사가 폐지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에 앞서 교육감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19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올해 고입선발고사 폐지를 유보하기로 최종 결정하고 이를 박 당선자에게 보고했다. 인수위원들은 관련 법률을 검토한 결과 올해 당장 고입선발고사를 폐지할 경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78조 ①의 저촉 소지가 높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미 입학 전형이 공고된 시점에서 선발고사 폐지를 위한 행정행위를 진행하면 사법적 판단을 묻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시험을 불과 6개월 앞둔 학교현장에 더 큰 혼란이 우려된다는 것이 인수위의 지배적인 의견이었다.
따라서 도교육청이 지난 3월 31일 공고한 '2015학년도 고등학교 입학전형기본계획'은 예정대로 진행한다. 현재 중학교 3학년생은 국어와 도덕ㆍ사회(역사 포함)ㆍ수학ㆍ과학ㆍ기술·가정ㆍ영어 등 7개 과목 시험을 보고 내신 성적 50%와 선발고사 성적 50%를 적용해 고입전형을 치르게 된다.
한편 일부에서는 경남도내 고교생의 성적 향상을 이유로 13년 만에 부활한 선발고사가 1년 만에 폐지돼 혼란만 가중시킨 것을 두고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 교육계 한 관계자는 “100년 대계인 교육정책이 교육감의 신념에 따라 일관성 없이 수시로 변해 학교와 학부모로부터 신뢰를 잃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학부모 허모(47ㆍ고현동)씨는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듯 하다”면서 “학생과 학부모가 더 이상 혼란스럽지 않도록 제대로 된 입학 전형을 만들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