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오전 11시 거제시체육관 광장. 노란 유치원 버스에서 막 내린 어린이들의 눈은 처음 보는 연두색 소방차에 휘둥그레졌다.
자루처럼 생긴 비상탈출 슬라이드가 차 옆구리에서 아래까지 이어지고 ‘119안전체험’이란 제목이 달린 ‘이동안전체험차량’을 보며 어린이들은 환호를 질렀다.
‘이동안전체험교실’을 열고 있는 거제소방서가 유치원생들을 초청해 특별 체험 교육을 펼쳤다. 8t트럭을 고쳐 만든 체험차량 안에는 열ㆍ연기 비상탈출, 화재ㆍ지진 안전, 완강기 대피 체험 시설이 설치돼 있다.
이날 프로그램은 어린이들이 차례로 내부를 돌면서 안전 의식을 자연스럽게 체험하는 내용이었다.
체험은 응급구조대원 아저씨들의 시범에 이어 여덟 명씩 조를 지어 실습으로 시작됐다. 연두색 방호복을 입은 어린이들은 빨간 헬멧을 쓰고 ‘이동안전체험차량’에 조심스레 들어섰다.
어둡고 매캐한 방을 탈출해야 하는 ‘열기, 지진 체험실’에서는 “밀지마! 어떡해!”라는 어린이들의 외침이 끊이질 않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바닥이 마구 흔들리고 불을 연상시키는 소리도 울려 어린이들이 지진과 화재의 공포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교육을 차근차근 받은 어린이들은 용감하게 문을 열고 탈출에 성공했다. 살았다고 숨을 놓는 순간도 잠시. 어린이들에게는 마지막으로 비상탈출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가야 하는 일이 남았다.
“두 발을 펴고 몸을 바닥에 붙여서 내려가라.”는 소방대원아저씨 말에 어린이들은 두 눈을 꼭 감고 미끄러져 내려갔다. 이외에 어린이들은 화재 발생 시 소화기의 사용법을 배웠다.
“지진 체험이 제일 신났다”는 김경민(6) 어린이는 “위험한 일이 생겨도 피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해달별유치원 김정옥 원장은 “어린이들이 재미있고 신기해했다”며 “몸으로 익힐 수 있는 좋은 체험 교육”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거제소방서 예방교육팀 관계자는 “화재·지진 등의 재해는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평소 적절한 훈련으로 올바른 대피 요령을 알아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