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골의 아침은 눈부시다. 햇살과 함께 만물이 소생한다. 그 찬란함과 화려한 생명의 향연을 어디다가 비길 수 있으랴. 이것은 기적처럼 아름답다. 가만히 앉아서 쳐다보고 새소리 바람소리 풀잎이 흔들리는 소리를 듣는다. 이처럼 시골의 아침은 화려하고 대낮은 장대한 생명의 잔치이니, 눈이 부시게 아름다워 아무런 불만이 있을 수 없다.
그런데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오면, 아... 이제 축제는 끝났는가? 아무런 할 일이 없다. 개구리 소리만 요란하게 들릴 뿐, 적막강산... 해가 지면 잠자리에 드는 게 자연의 순리일까? 그러나 너무 일찍 잠자리에 들면 너무 일찍 일어나니 이 또한 문제... 적당히 저녁을 죽이다가 12시 가까이에 잠들어야지 내일 아침 맑은 기분으로 새벽을 맞이할 수 있다. -전원생활에서 살아남으려면 저녁에 할만한 즐길 거리를 필히 마련하라-
몇가지 채소를 시험 삼아 길러보니 중 이웃 산짐승들의 공세가 만만치 않음을 절감하고 이웃 할매한테 귀동냥하여 짐승들이 먹지 않는다는 양파와 고추를 심어서 길러 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닭을 길러보자, 하는 생각이 들어서 급한 성질에 바로 양계장부터 마련했다. 족제비란 놈이 땅굴까지 파서 침입한다는 정보에 물 샐 틈 없이 막고 거제 장날에 가서 한달쯤 된 병아리 7공주와 1왕자를 사와서 키우기 시작하였다. 그놈 왕자는 행복하리라.
한 달쯤 지나서 폭풍우가 밤새 심하게 분 후에 (바람은 거의 태풍처럼 강하게 불었다) 한 마리가 죽고 말았다. 장례라도 치러 줄까 하여 밖에 한동안 두었더니 감쪽같이 사라져버렸으니 이웃집 개들의 소행으로 짐작은 가나 증거가 없으니 어찌하리. 그리고 한 달쯤, 닭들의 식욕은 대단하다.
그에 따라 몸집이 불어가는 속도도 대단하여 친구의 부인이 한 달만에 와서 보고는 큰 닭을 새로 사들였다고 주장...그러다가 아주 많이 큰 한 놈이 다시 며칠 동안 잘 움직이지 않고 웅크리고 있더니 죽어버렸다. 아, 그 애통함이란...이번에는 시체 약탈자들을 피해 그 옆에 땅을 파고 잘 묻어주었으니 극락왕생하라!
닭에게 모이를 주고 땅을 파서 지렁이를 잡아먹게 하고 그들이 서로 다투는 모습,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횃대에 올라가는 모습 등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어도 참으로 신기하고 재미있다. 닭은 보통 6개월이 되면 알을 낳기 시작한다고 하니(빠른 놈은 4개월 만에) 이제 산란의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아, 어릴 때 우리 집 마당 한구석 꼬끼요오 하는 울음에 닭똥 냄새를 맡으며 들어가서 알을 살며시 만졌을 때 그 따뜻함과 부드러움이란...그것이 바로 생명의 온기! 이제 그 기쁨을 누릴 시간이 다가오니 잔잔한 긴장이 밀려오누나!
닭은 닭목 꿩과의 새이다. 고기와 알을 얻기 위해 사육하는 가축에 속한다. 현재 지구상에 240억마리 이상의 닭이 존재하며 다른 어떤 조류보다 더 수효가 많다. 머리꼭지에 볏이 있고, 부리 아래에는 육수라고 하는 붉은색 피부가 늘어져 있다. 몸은 깃털로 덮여 있으며, 다리와 발은 비늘에 싸여 있다.
깃털은 추운 날씨에도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시킨다. 맨살이 드러난 부분인 볏과 육수(肉須)는 많은 양의 혈액이 흐르기 때문에 붉은색을 띠는데, 땀을 흘리는 대신 이 부위를 통해 체온을 조절한다. 머리의 양 옆에는 귓불이 있는데, 품종에 따라 붉은색 또는 흰색이다. 볏·육수·귓불은 닭의 품종을 구별하는 기준이 된다. 발에는 발톱이 있으며, 수컷은 각 발에 며느리발톱이라고 하는 뼈로 된 구조물이 있다.
닭은 한 번에 몇미터 정도밖에 날 수 없는데, 주로 적을 피하거나 잠을 자러 횃대에 오를 때 날아오른다. 닭은 발톱과 부리로 적에게 대항하고, 흙을 파서 곤충과 식물의 씨 그리고 도마뱀과 작은 쥐까지도 찾아먹는다.
닭은 시각과 청각이 예민하지만, 후각은 사람보다 무디다. 먹이를 모이주머니에 저장했다가 천천히 위로 내려 보낸다. 소화액과 섞인 먹이는 모래주머니로 들어간다. 모래주머니는 위의 근육질 부분으로 닭이 삼킨 모래나 돌멩이가 들어 있다. 이러한 알갱이와 모래주머니의 벽이 움직여서 먹이를 갈아서 잘게 만든다. 닭의 수명은 30년이다.
닭의 새끼는 병아리라 부르며, 닭의 알은 달걀 또는 계란이라고 부른다. 특별히 제주도에서는 병아리를 독새끼라고도 부른다. 십이지에 들어가는 유일한 조류이다. 닭은 12지 중의 10번째 동물이며, 한자로 '酉'로 표현한다. 닭은 아침을 알리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경주 김씨의 시조 김알지의 탄생설화에 닭이 등장하는데, 신라왕이 닭의 울음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흰 닭이 울고 있는 궤에서 사내아이가 나왔다. 대구의 옛 이름이자, 고유어 이름인 달구벌의 달구는 닭을 뜻하는 말로 생각된다. 거제의 대계 소계 마을도 닭 모양의 섬인 닭섬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최근에 다시 조류 독감이 발생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은데, 정부의 대처는 한결같이 살처분하고 묻고 태우고 소독하고 끝이다. 되풀이되는 조류독감 피해의 근본 원인은 병을 옮기는 철새가 아니라 ‘공장식 밀집사육’이다. 그로 인해 질병에 대한 가축들의 면역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것이다.
소들은 풀을 먹으며 살아야 하고 닭과 오리는 땅을 긁고 쪼고 날고뛰며 목청껏 울 수 있어야 한다. 부리와 발톱을 잘라 가두고 낮밤의 주기를 강제로 바꾸거나 모이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충격을 가해 달걀 생산량을 늘리는 ‘공장’에서 어떻게 닭들이 질병에 걸리지 않고 살 수 있겠나. 동물 사육 방식 또한 살아 있는 존재들을 좀 제대로 살게 해주는 쪽으로 방향 전환 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