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형식
시인 |
바람을 기다리는 너를 잡고
새벽 강 건너는 취기를 달래는 밤
유성우들은 그렇게 쏟아 내렸다
이름을 불러 주지 않아
별이 되지 못한 영혼들의
이름을 불러 준다
댑싸리
곰비늘
도루박이
술잔 가득 뭇 영혼들의 이름이
녹아 출렁인다.
시 읽기: 《문장21》 14호(2011)에 실린 시이다. ‘삼도내(三途川)’는 불교에서 사람이 죽어서 저승으로 가는 도중에 있는 큰 내를 일컫는 말이다. 죽은 지 7일째 되는 날에 이곳을 건너게 되는데, 생전의 업(業)에 따라 산수뢰(山水賴) · 강심연(江沈淵) · 유교도(有橋渡) 등 세 가지 길이 있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시의 특징은 비현실적 공간과 현실적 공간이 공존하고 있다. 즉, 비현실적 영혼의 세계와 현실적 자연의 세계가 동시에 해석되고 있다. 비현실적 공간의 서정적 자아는 별이 되지 못한 영혼의 이름을 부르며 삼도내 둑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면서 별이 된 영혼 하나가 삼도내를 건너기 위해 둑에 앉아 바람이 불 때를 기다리는 것을 바라본다. 이 밤이 다가기 전에 그 영혼이 삼도내를 건너 저승으로 갈 수 있을지 걱정하는 듯 취기를 달래고 있다. 때마침 밤하늘에서 유성우가 쏟아져 내렸다. 유성우가 쏟아져 내린 곳에 별이 되지 못한 영혼이 댑싸리와 같은 하찮은 풀이 되어 새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서 서정적 자아는 영혼이 별이 되어 삼도내를 건너기도 하고, 별이 되지 못한 영혼은 풀이 되어 강둑에서 뿌리를 내린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문학평론가 신기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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