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참가자 섬세함·감수성 강조, 남성참가자 강한 의지 담긴 목소리 전달

청마 유치환 선생의 시를 낭송하는 경연대회가 올해로 4회째를 맞았다.
거제문인협회(지부장 양재성)가 주관한 이번 대회는 지난달 28일 거제선상문학예술축제의 일환으로 거제문화예술회관 소극장 및 오션호텔 4층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는 대회요강이 발표되자마자 참가신청이 쇄도해 일반부는 조기에 50여 명의 접수를 마감했으며 학생부에도 150여 명이 참석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
일반부 심사는 동랑·청마기념사업회 김운항 회장, 김미숙 시낭송가, 경남문화예술진흥원 고영조 원장이 맡았으며 손계정 시인, 진미령 낭송가, 김현길 시인은 학생들의 점수를 매겼다.
40년 넘게 문학에 몸을 담고 있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 고영조 원장은 "낭송이란 기본적으로 시를 살리는 것으로 함축과 절제가 중요하다"며 "자칫 감정과잉으로 시가 가진 본래의 의미를 왜곡시키지 않도록 유의하며 낭송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형형색색의 고운 한복으로 멋을 낸 참가자들은 무대에 올라 감정을 추스르며 시를 읊어나갔다. 대부분의 참가자는 여성으로 특유의 섬세함과 감수성을 목소리에 옮겨 담담하게 이어 나갔다. 남성 참가자들은 관객들에게 강한 의지가 담긴 진중한 목소리로 가슴에 닿는 울림을 전달했다.
늦게 온 참가자에게 무대에 설 수 있게 해주는 모습이나 긴장한 탓에 도중에 낭송을 포기한 이에게도 점수에 관계없이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대회관계자들의 배려에 참가자들은 깊은 감명을 받기도 했다.
대회가 끝날 즈음 헐레벌떡 문을 열고 들어온 창원에서 온 김경순씨는 "다른 참가자들이 낭송하는 모습을 보지 못해서 애석하다"며 "늦게 와서 참가가 어려울 줄 알았지만 낭송의 기회를 준 대회 관계자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가득하다"고 웃었다.
일반부 대상의 영광은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를 낭송한 최연소 참가자인 김성주씨(경희대·20)가 차지했다. 그는 시가 지니는 철학적 상징성과 이미지를 잘 표현했다는 심사평과 함께 상장과 상금을 수여받았다.
중·고등학교 때 시낭송대회에 나간 적이 있다는 최연소 참가자 김성주씨는 "성인이 된 지금 경험을 쌓기 위해 일반부에 참가하게 됐다"면서 "역시 어르신들이 시에 대한 이해가 뛰어나고 낭송에서도 노련한 모습을 보여줘서 공부가 많이 됐고 대상을 받은 것은 굉장히 큰 운이 작용한 것 같다"고 겸손한 마음을 내비쳤다.
금상의 영광은 '병처'를 읽은 채수덕씨가 안았으며 은상은 '울릉도'를 낭송한 황미정, '바다'를 읊은 이종락씨에게 돌아갔다.
동상을 받은 이영숙·신정숙·이재복·김정희·박정락씨에게는 상장과 소정의 상금이 전해졌다. 장려상은 이재령·하정숙·남승완·박경애·박난영·정영숙·최진자씨가 받았다.
"참가자들이 준비를 많이 한 탓인지 점수 차가 근소하다"는 고영조 심사위원장은 총평을 통해 "시를 단순히 외워서 감성적으로 연기를 할 것이 아니라 시인의 마음속으로 녹아들어 시의 의미를 이해하고 진정성 있게 표현할 때 좋은 낭송이 되며 지나친 기교는 경계해야 한다"면서 "낭송을 할 때 웅변조로 하는 경향이 있는데 정확한 발음과 표현으로 시를 바르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고 심사위원장은 "상금투어를 하는 낭송꾼들은 심사에서 배제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스스로 자성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내년에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견학 왔다는 김덕씨는 "청마 선생에 대한 여러가지 말이 많지만 시 작품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며 "참가자들의 수준이 높아 많은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주최 측인 동랑·청마기념사업회 김운항 회장은 "청마시낭송대회가 전국 굴지에 이름을 떨치고 있다"면서 "내년에도 전국민이 함께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낭송문학의 저변확대를 위해 앞장서겠다"고 전했다.
한편, 학생부는 당일 입상자만 발표했으며 각 학교별로 개별적인 시상식을 갖게 된다.
중·고등부 대상은 '행복을 이렇게'를 낭송한 이민혜 학생(중앙고 2년)이 수상했으며 금상은 '바위'를 읊은 최성빈 학생(신현중 3년)에게 돌아갔다. 은상은 김희웅(신현중 3년)·강경주 학생(상문고 2년)이 받았다.
초등부 전체대상의 영예는 '허전한 아픈 자리'를 낭송한 양혜원 학생(국산초 5년)이 안았으며 문승호 학생(국산초 5년)은 '풀잎2'으로 금상을 차지했다. 은상은 김민지(부산 영도초 2년)·이연주(능포초 2년)·류서경 학생(장평초 1년)이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