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숱한 휴먼 드라마의 무대다. 그러나 스포츠의 어떤 드라마도 '장애인 수영'에 출전한 정소정(20)의 감동을 넘어서지 못했다.
뮤지컬 배우를 꿈꾸던 그녀는 2년 전 희귀병으로 발목을 움직일 수 없는 지체 장애인(S8). 그럼에도 수영 입문 4개월 만에 다른 선수들과 당당히 겨뤘다.
그녀가 자유형 50m를 45초 초반대의 기록으로 결승선에 들어올 때 관중들은 열광적인 갈채를 보냈다. 지난달 13일 김해에서 열린 제17회 경남장애인생활체육대회서 수영 2관왕을 차지한 정소정씨를 만났다.

Q. 장애를 가진 상황을 들을 수 있을까요?
= 2년 전 엄마가 폐암 말기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때 난 뮤지컬배우를 꿈꾸던 고교 2학년 이었습니다. 그해 11월 나도 갑자기 다리가 마비돼 입원하게 됐고 길리안바레증후군에 횡단성척수염이 겹쳐 걸을 수 없게 됐습니다.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울부짖었죠. 엄마와 같은 병원에 입원하는 날이 이어졌어요.
Q. 수영은 언제 시작했죠?
= 의사 선생님께서 '수치료'를 권하더군요. 그 길로 바로 수영장에 갔어요. 물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서 너무 기뻤어요. 얼마 후에 엄마가 지켜보는 가운데 수영도 할 수 있었죠. 본격적인 수영은 올해 2월부터 시작했습니다.
Q. 금방 적응할 수 있었나요?
= 처음엔 앞으로 헤엄칠 수 없었어요. 오히려 뒤로 나가기도 했죠. 발목을 펴는데 시간이 걸렸어요. 아주 먼 길을 걸어온 것 같아요. 지금 내가 얼마나 많이 해낼 수 있는지 보면 놀랍죠.
Q.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땄습니다. 성공했다고 생각합니까?
= 누구나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어요. 스스로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승자이니까요. 저의 꿈은 올림픽 출전이고 꿈을 꼭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Q. 이번 대회에 출전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나요?
= 자기 인생에 어떤 일이 일어나건, 목표가 있고 꿈이 있다면 그걸 달성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해요. '나를 믿고 도전하자'고 마음을 다졌어요.
Q. 힘들 때도 있을텐데요?
= 엄마가 돌아가시고 내가 움직일 수 없었을 때 너무 슬펐죠. 하지만 지금 이 모습이 나의 현실이라는 것, 꿈을 좇아서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저는 기억하려고 합니다.
Q. 수영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뭔가요?
= 아직 평형을 할 수 없어요. 자유형도 발목이 달랑거리니까 발끼리 부딪혀요. 나중에 보면 멍이 시퍼렇게 들어 있죠. 그래서 상체에 의존해 스트로크를 더 강하게 해야 해요. 허벅지에도 더 힘을 줘서 발목을 펴보려고 노력해요.
Q. 장애를 감추고 싶진 않나요?
= 장애인이건 비장애인이건 우리는 같은 인간이며 동등한 기회를 가질 권리가 있어요. 장애를 감추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Q. 앞으로의 계획은?
= 일단 제 등급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워야죠. 그런 다음 올림픽 무대에 서는 거죠. 경남 지역에 실업팀이 생긴다면 꼭 들어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