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까러가세
굴까러가세
  • 거제신문
  • 승인 201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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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으로 배우는 거제역사] 거제의 문화예술⑨

“엄마, 배고파요. 먹을 것 좀 주세요.”

집에 쌀과 보리가 다 떨어진지 오래입니다. 이제는 뒷산에 가서 풀뿌리를 캐어다 죽을 쒀 먹었는데 오늘은 뭘 먹을지 걱정부터 앞섭니다. 아이는 자꾸 배고프다고 보채고 먹을 건 없고 바다라도 나가야 될 것 같습니다. 바닷물이 나자마자 굴쪼시개를 들고 바다로 나갑니다. 뒷집 영이네도 앞집 철수네도 건넛집 민수네도 다 바다로 나갑니다.

날씨도 추운데 바닷가 찬바람은 더 무섭게 붑니다. 돌에 붙어 있는 굴을 까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그래도 집에서 배고파 할 어린 자식들을 생각하면 멈출 수가 없습니다. 이를 악 물고 찬바람을 맞아가며 굴을 까고 있는데 갑자기 철수네가 바위에 걸터앉더니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바람이 좋다고 배질을 말아라
비바람 불 줄 누가 알겠나
바람아 강풍아 불지를 말아라
강주에 탄 배가 우리 님 탄 배다

철수네가 부르는 노래를 들으니 갑자기 힘이 납니다. 철수네 옆에 앉아 있던 민수네도, 영이네도 같이 노래를 부릅니다.

굴까러 가세 / 굴까러 가세 / 시내 경변에 / 굴까러 가세 / 굴도 까고 님도 보고 / 겸사 수사로 / 굴까러 가세(경변은 바닷가를 말하는 거제방언)

힘들게만 느껴지던 굴까는 일이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답답한 마음도 뻥 뚫리는 것 같습니다. 바위에 붙어 있는 굴을 까면서 저절로 흥이 납니다. 노래에 맞춰 굴을 까니 힘든 줄도 모르겠습니다. 바닷가에는 동네 아낙들로 가득 찼습니다. 노래도 부르고, 굴도 까고 힘든 생활이 즐겁게 느껴집니다. 다른 날 보다 오늘은 굴을 더 많이 깠습니다. 굴을 다 까고 집으로 올 때까지 노래는 계속됩니다.

이 노래는 경상남도 거제시 장목면 시방리에서 불렸던 토속민요 <살방깨발소리> ‘굴까로가세’입니다. ‘살방’은 시방마을의 옛 지명입니다. 시방마을은 신라 문무왕시대에 마을이 형성되었으며 시방의 포구와 해변의 모양이 활처럼 휘어져 마주보고 있는 학처럼 생긴 ‘이수도(이물섬:이수도는 물에서 많은 이익을 얻는다는 의미입니다)’를 향하여 활을 쏘는 형국이라 하여 살방 또는 시방이라 했습니다. ‘깨발’은 갯바위나 바닷가에서 조개나 해초 등을 채취하는 일을 일컫는 거제방언입니다.

거제도는 사면이 바다인 섬으로 주민들은 예로부터 고기잡이와 바닷가에 자생하는 굴이며 미역, 파래, 고둥 등을 채취하면서 부른 민요가 390여 곡이 전해져오고 있다. 그 중 악보화하여 부를 수 있는 노래만 60여 곡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 민요는 춘궁기 때 어려운 식생활 해결을 위해 아낙네들이 물때(썰물)가 되면 바닷가로 나가 굴이며 미역, 고둥 등을 따면서 불렀던 노래로 조상들의 애환이 담겨 있으며 가사 또한 익살스럽고 흥겨운 것이 특징입니다. 이 민요가 불리어진 연대는 알 수 없으나 오래전부터 살방마을 아낙네들의 입으로 구전되어 오던 것을 1984년 장목면 시방리 양또순(83세)씨가 1942년에 작고하신 시어머니 박분옥(83세)씨로부터 전수받은 노래를 ‘살방깨발소리’로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정리 : 윤일광 논설위원(자료 : 거제교육지원청 ‘거제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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