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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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제신문
  • 승인 201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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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헌성 시인/《현대문학》시 등단

부모란 이 세상에 끌려 나온
끝없는 죄인인 걸
너만 몰랐냐?

시 읽기: 《문장21》 19호(2012)에 실린 시이다. 3행으로 구성된 짧은 시이지만, 많은 울림을 준다. 시인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인 ‘사회적 자아(social self)’를 진술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있다. 이 ‘사회적 자아’란 상대의 거울에 자아를 비추거나, 상대를 자아의 거울에 비춰 형성되는 자아를 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아의 거울에 비친 상대(타자)’, ‘상대(타자)의 거울에 비친 자아’를 말한다. 이것은 “상대의 행동을 내가 어떻게 이해하면 옳을까?”, “내가 하는 행동을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말과 상통한다.
시인은 ‘부모’에 대한 두 가지 마음을 동시에 열어 보이고 있다. 하나는 자신이 부모님에게 애물단지였음에도 “너만 몰랐냐?”라고 자문하는 ‘자식으로서 바라본 부모의 마음 읽기’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자식들이 부모 뜻대로 되지 않아 근심거리임에도 “너만 몰랐냐?”라고 자문하는 ‘부모로서 바라본 자식의 마음 읽기’이다.
그러나 이 시의 제목이 「귀뜸(귀띔)」임을 고려해 보면 이러한 역지사지의 마음을 아내 혹은 누군가가 시인에게 귀띔하는 이미지가 강하다. 어째든 이 모두 역지사지의 마음, ‘사회적 자아’를 말하고 있다. 이 시에서 분명한 것은 부모는 자식을 위해 “이 세상에 끌려 나온/ 끝없는 죄인”이라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신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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