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백상에 엿이 오른다. 신부가 시댁 식구에게 절을 올리고 나면 옆에서 절을 도우는 사람이 올케들에게는 하얀 찹쌀엿을 준다. 엿 먹고 입이 딱 붙어서 올케 시집살이 때 입 다물라는 뜻이다. 그리고 부엌을 관장하는 조왕신이 음력 12월 23일 하늘로 올라가 한 해 동안 그 집에서 일어난 일을 옥황상제에게 낱낱이 보고하게 되는데 이때 입이 붙어 고자질 못하라고 아궁이에 엿을 발라둔다.
1964년 12월에 시행한 중학교 시험에, 엿을 만들 때 엿기름 대신에 사용해도 되는 것을 고르라는 문제의 정답은 ‘디아스타제’였지만 보기로 나온 ‘무즙’ 역시 답이 된다는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이 한 문제로 시험에 떨어진 학부모들이 난리를 쳤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강력한 항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급기야는 무즙으로 엿을 만들어 교육부를 찾아가 ‘엿 먹으라’고 외치며 시위를 벌린 것이다. 결국 교육부는 항복하고 6개월 후 무즙을 답으로 써서 떨어진 학생 38명을 정원에 관계없이 입학시키면서 사건은 수습되었다.
그런데 엿을 팔아야 하는 엿장수도 할 수 없는 말이 ‘엿 먹어라’다. 조선 후기 유랑예인집단이었던 남사당패에서 여자의 음부를 가리키는 은어가 엿 또는 뽁이었다. ‘엿먹어라’는 오죽 못났으면 여자의 거기에 매달려 빌붙어 먹고 살 놈이라는 비아냥거림이 섞인 욕이 되고 말았다. 엿은 달콤함 때문에 행복의 대명사가 되어도 모자랄 판에 욕의 상징이 되고 말았으니 엿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억울할 수가 없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6년 만에 월드컵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30일 입국하여 가진 해단식에서 선수들을 향해 화난 시민이 ‘엿 먹어라’며 던진 엿 때문에 분위기는 싸늘해지고 말았다.
선생님 소식을 저희 권대현 선생님을 통해 알게 돼 선생님의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원고 많이 남겨주시고 늘 건강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