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되찾은 학산오광대놀이
다시 되찾은 학산오광대놀이
  • 거제신문
  • 승인 201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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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으로 배우는 거제역사 - 거제의 문화예술⑩

거제시 둔덕면 학산마을은 지금의 해군사령부와 같은 삼도수군통제사영의 선봉아문(先鋒衙門)인 진(鎭)이었던 곳입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과 관청의 병사들은 서로 도와가며 지냈습니다.

해마다 음력 정월 초순이 되면 농악대가 마을당산과 관청ㆍ마을우물ㆍ큰 다리ㆍ마을 이곳저곳 중요한 곳을 돌면서 아무 탈 없이 편안하고 풍년이 되게 해달라고 고사를 지냈습니다.

당시 학산 마을에는 양반과 서민, 장군과 병사로 신분이 나눠져 있었습니다. 양반과 장군의 생활은 넉넉했지만 서민과 병사들의 생활은 힘들기만 했습니다. 엄격한 신분제도 때문에 양반이 아무리 잘못해도 서민들은 그냥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고, 병사들 또한 생활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그들은 양반과 장군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갖고 있는 불만들을 말할 수도 없습니다. 생각 같으면 한바탕 속 시원하게 소리쳐서 풀어버리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니 더 갑갑했습니다. 그래도 낮에는 말없이 잘 참다가 어두운 밤이 되면 불평을 털어 놓기도 했습니다.

눈치 빠른 양반들이 그냥 두면 큰일 나겠구나 하고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속에 있는 불만을 털어버리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마땅한 방법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마침 마을 주민들과 병사들이 어울려 노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그때 병사나 마을 사람 중에 끼가 있고 춤도 잘 추는 사람이 탈을 쓰고 나와 그동안의 불만을 털어 놓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어찌나 익살스럽게 하는지 보는 사람들의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그때부터 마을 사람들은 양반한테 받았던 핍박을 웃으면서 풀 수 있었습니다. 이 날만큼은 양반들도 무슨 말을 하여도 모른 척하며 광대들의 탈춤놀이를 함께 즐겼고 오히려 그날 저녁 행사의 경비를 책임지기도 했습니다. 서민들은 당당하게 양반에 대한 불만을 토로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이어왔던 학산오광대놀이는 1930년대 일제는 민중을 선동한다는 이유로 강제로 못하게 했습니다. 그 후 학산오광대놀이는 잊히고 말았습니다.

그러다가 2000년대에 들어와 뜻있는 사람들이 학산오광대놀이를 재현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이 지역에 사는 노인들이 매년 정초에 동제를 지나고 나서 대보름까지 매구패가 동네를 돌면서 걸립놀이를 했고, 저녁에는 동사 앞마당에서 탈놀이를 했다는 것까지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마을 사람들과 관리들, 군졸들까지 같이 어울렀다고 합니다. 그리고 말뚝이가 양반을 풍자하는 장면, 큰각시가 오줌을 눌 때 키로 부치는 장면, 상여 나가는 장면 등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학산오광대 공연은 '문둥이 탈춤', '사자놀이 탈춤' '양반탈춤' '풍자탈춤' '농창탈춤' 등 모두 다섯 과장으로 나누어지며, 각 과장마다 광대들이 나와 익살스럽고 재미있는 말과 행동으로 탈춤을 추는 놀이로 재현되었습니다. 몇몇 바가지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두꺼운 백지에 그림을 그려서 만든 평면가면이 특징입니다.

1과장 '문둥이 탈춤놀이'에서는 양반집안 자손이지만 문둥이로 태어난 것을 한탄하며 추는 탈춤이며, 2과장 '사자놀이 탈춤'은 두 마리의 작은 사자가 나와 먹이다툼을 하다가 큰 사자가 나타나 이들의 근심걱정을 물리는 놀이며, 3과장 '양반탈춤'은 양반과 한량들의 퍼포먼스 춤 시나위다. 4과장 '풍자탈춤'은 양반 다섯과 각시 다섯이 추는 어울림 춤판이다. 부정으로 가정파탄이 되는 것을 고발하고 있으며, 5과장  '농창탈춤'은 큰 할미와 작은 각시의 싸움으로 큰 각시가 죽는 가정의 비극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중요무형문화재 6호 통영오광대와 7호 고성오광대, 진주 도동오광대 등과 더불어 또 하나의 독특한 전통탈춤으로 2006년 ‘거제탈놀이 민족보존회’의 노력 끝에 다시 옛 모습을 찾게 되었습니다.

정리 : 윤일광 논설위원(자료 : 거제교육지원청 ‘거제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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