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철
김수영金洙暎 시인 사사師事(1964-68) |
육신에 깃든
허공
그림자 없는
세계
연(緣)이 오면 웃고
연(緣)이 가면 우는
기쁨과 슬픔의
골짜기
눈 감으면 어두워지는
거울 속처럼
무한히 깊고 투명한
심연
번개이듯
찰나적으로나마
거기 머물다 가는 것들까지
모두 사랑하고 미워하다
보이지 않는 손길 따라
훌쩍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마는
나그네 같은 것
바람 같은 그것
있어도 없는 그것
·시 읽기: 이 시를 읽으면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우리 속담이 생각난다. 시인이 알 수 없는 '한 길 사람 속'인 '마음'을 다양한 시선으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인은 '마음'을 "육신에 깃든 허공"임은 물론, "그림자 없는 세계"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마음이라는 곳은 때로는 웃고, 때로는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기쁨과 슬픔의 골짜기"라고 인식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눈 감으면 어두워지는 거울 속처럼 무한히 깊고 투명한 심연"이라고 여긴다. 또한, "찰나적으로나마 잠시 머물다 가는 것들까지 모두 사랑하고 미워하다 보이지 않는 손길 따라 훌쩍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마는 나그네 같은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뿐만 아니라, 때로는 바람 같기도 하고, 때로는 있어도 없는 것 같기도 한 것이 마음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시인은 마음에 대해 다양하게 정의하기도 하고, 여러 시선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문학평론가 신기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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