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월요일 시내 한 음식점의 풍경이다. 점심식사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즐겁다. 배가 고파 먹으로 온 사람들은 없는 듯하다. 입이 즐겁고 마음이 즐거우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데 이상하다. 남자들이 없다. 식당 어느 곳에도 남자들끼리 혹은 둘 이상의 남자들이 앉은 테이블이 없다. 대부분 여자들이다. 거제에서 제법 장사 잘 되기로 소문난 음식점이라 손님이 많은 것은 그렇다 치고, 먹고 나가는 사람도, 순번표를 뽑고 기다리는 사람도 대부분 여자다.
직장인들이 아쉬워 하는 점심시간이 끝나고 오후1시가 되어도 그들의 자리는 요지부동이다. 직장 동료이겠거니 하면 화합의 정도가 계모임 수준이고, 소문 듣고 처음 왔을까 하면 음식문화를 즐기는 여유와 뿜어내는 수준이 이미 식도락가다. 더러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와서는 친구들끼리 수다와 함께 맛있는 점심시간을 즐긴다.
이 식당뿐이 아니다. 점심시간에 시내에서 제법 맛이 있기로 소문난 음식점에 가 보면 십중팔구 여자 손님이 대부분이다. 여자들이 즐기는 여유 있는 음식문화가 부럽다가도 궁금한 점이 생긴다. 남자들은 어디 있을까? 밥을 굶기는 만무하고 어디에서 점심을 먹을까?
직장 앞 돼지국밥집이나 중국집, 그리고 해장국이나 정식을 파는 음식점에 가 보면 남자들이 있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빠른 걸음으로 도착해 물도 들이키기 전 벌써 준비된 음식들이 나오는 곳, 그곳에 남자들이 있다.
회사 앞 국밥집이나 중국집에서도 손님이 많아 순번을 기다릴 때도 있다. 하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20분을 기다려도 먹는데 채 5분도 걸리지 않는다. 제한된 점심시간이 길러 준 바쁜 습관이다. 그 뜨겁고 바쁜 위장도 무탈하게 잘 버텨준 덕분에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다.
점심을 즐기는 시간과 음식점의 수준을 가지고 남자와 여자를 편 가르자고 시작한 말은 아니다. 남자들이 고생해서 벌어 준 돈으로 여자들은 좋은 음식점에서 폼 나게 외식을 즐긴다는 폄하를 한다면 여자들에게 매 맞을 일이다.
저녁이 되면 남자들은 고급 횟집이나 고기 전문집에서 회식을 자주 즐기지 않나 항변할 수도 있다. 또한 집에서 된장찌개 끓여놓고 남편을 기다릴 대부분의 평범한 풍경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당장 여건 갖추기와 실천이 어렵겠지만 남자들도 여유 있고 낭만 있는 음식문화를 즐겨 보자는 것이다. 터미널이나 직장 주변에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음식점은 외면을 당한다. 신발 벗는 시간마저 아끼고 싶을 것이다.
물론 귀찮은 이유도 있겠지만, 불과 일 이분 차이다. 육중한 무게를 종일 떠받친 소중한 발에게도 잠깐의 휴식을 누리게 해보자. 점심시간 동안 상가 주변에는 주차단속을 하지 않듯이 사람도 그 시간동안만은 음식점 주변에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여유가 허락되었으면 좋겠다.
천천히 땀을 식혀 편안하게 앉아 수저 드는 소리보다 남자들의 웃는 소리가 더 컸으면 하는 바람이다. 끈끈한 공기와 더운 바람이 부는 뜨거운 여름날, 열무국수나 냉면처럼 시원함을 주는 즐거운 식사자리가 남자들에게 자주 있었으면 한다.
저녁식사 시간이나 회식 때는 음식 보다 술잔 돌리기에 더 신경이 가는 것이 남자들의 흔한 풍경이다. 싱싱한 생선회나 푸짐하게 차려진 회식 상차림을 보며 평소 가족에게 사 주지 못한 미안함에 젓가락이 가지 못하는 남편들도 있을 것이다. 이래저래 남자들의 음식 먹는 풍경은 여유롭지가 못하다. 그렇다고 여자들의 음식 먹는 풍경이 남자들보다 더 사치에 가깝게 여유롭다거나 호사를 누린다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못하다거나 생계의 막중함 때문에 여유로운 점심을 즐기지 못하고 시간에 쫓겨 다닌다는 것도 아니다. 1시간의 점심시간 동안만이라도 남자들이 여유를 가지고 즐기는 점심풍경을 기대해 보는 같은 남자로서의 동지의식 같은 것이다.
맑은 하늘과 흰 구름, 시원한 파도소리가 있는 여름이 다가왔다. 훨씬 가벼워진 옷차림과 약간은 풀어져도 좋을듯한 여름에 몸에 좋은 건강한 음식으로 여유를 즐겨라, 남자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