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나
어머니와 나
  • 거제신문
  • 승인 2014.07.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석동호

시인
관절수술 전문센터 원장

어머니는 언제나 파아란 하늘이기를 기도했다

반쯤 썩은 능금 하나 움켜쥐고
누이의 소매 깃만 따라다니는 나를
엄청 깊은 눈자위로 올려다보신 어머니

양지 바른 토담 벽에 새 순 자라는 초목과
물구나무선 고드름 같은 영혼의 손가락을 겹쳐
감당할 수 없는 소망 하나를
손이 발되게 기도하신 것이다

갈라진 땅바닥과 당신의 손등이
하나의 은유가 될 때까지
후두둑 허기진 햇살로 떨어지는 눈물방울 방울들,
어머니는 이때까지 한사코 잠을 쫓아가며
부뚜막 연기처럼 하늘을 날으셨다

시 읽기: 《문장21》 21호(2013)에 실린 시이다. 석동호 시인은 ‘정형외과 전문의, 의학박사, 관절수술 전문센터 원장’ 등 여러 직함을 가지고 바쁜 삶을 살고 있다. 특히 테너 성악가이기도 하다. 인용 시는 대지의 이미지와 공기 이미지가 함께 숨 쉬고 있다. 땅은 대지의 이미지이다. 대지는 하늘과 대립한다. 이 시에서 하늘과 땅이 구조적으로 장치되어 있다. 가스통 바슐라르가 대지를 ‘어머니 자궁으로의 회귀’ 즉, ‘어머니 품으로의 회귀’를 의미한다고 했듯, 석 시인은 “갈라진 땅바닥과 당신의 손등”이라며 ‘대지’와 ‘어미니 손’을 겹쳐 놓고 동일시하고 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에 젖어 ‘어머니로의 회귀’를 갈망하고 있음이다. ‘연기’와 ‘하늘’이라는 시어는 공기의 이미지이다. 마지막 행 “부뚜막 연기처럼 하늘을 날으셨다.”는 어머니의 고된 삶이 결국에는 초극하는 삶으로 승화하였음을 묘사하고 있다. 연기는 상승 이미지이다. 이 상승 이미지를 통해 어머니의 고된 삶을 실어 날려 보내는 승화 작용을 묘사하고 있다. 어머니는 고된 삶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떨쳐버리고 긍정적 이미지로 승화해 나간 존재였음을 묘사한 것이다. 어머니라는 존재는 말할 필요 없이 위대한 존재임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신기용)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