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못생기고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 때문에 서양문화에서의 오리는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한다. 대통령의 임기 만료 무렵의 권력누수현상을 레임 덕(Lame Duck) 즉, 절뚝거리는 오리라 한다. 이 말은 원래 사냥꾼들이 ‘총에 맞은 오리가 절뚝거리면서 도망가지만 곧 죽을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 탄약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뜻한다. 레임 덕보다 더 심각한 상태인 데드 덕(dead duck)은 권력누수가 아니라 권력공백현상을 지칭한다.
동양권에서는 오리가 물과 땅과 하늘의 3계를 드나드는 우주적 존재이면서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사신(使臣)과 같은 존재로 인식되어 신성한 솟대 위에 앉아 있게 된다. 무덤 속에 오리모양의 토기를 함께 묻어주면 망자를 편안하게 저승으로 인도해 준다고 믿었다. 양산 통도사를 처음 창건할 때 자장율사가 날린 나무오리가 물고 온 칡꽃이 있는 곳에 절을 세웠을 만큼 오리는 신조(神鳥)로 여긴다.
민화에 버드나무 가지 아래서 한가롭게 헤엄치는 오리가 그려진 그림이 많다. 버드나무의 한자 유(柳)는 머문다는 유(留)와 발음이 같고, 오리의 한자 압(鴨)에서 갑(甲)을 떼어 내어 '첫 번째(甲)에 머물러(留)다'는 뜻이 된다. 곧, 장원급제를 의미한다.
오리는 부화에 28일이 걸리지만 보름정도 반부화 상태의 오리알을 베트남 등 동남아국가에서는 튀기거나 삶아 먹는 전통음식을 쩡빗롱이라한다. 국내에서는 식용으로 금지된 이 오리알 3백여 개를 마트에서 압수해 창고에 넣어 두었는데 며칠 후 그 안에서 오리새끼로 부화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살처분해야할지 농가에 분양해야할지 경찰의 고민이 깊다는 기사가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