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 세월 아픔을 딛고 춤추는 기둥…상춘객 놀이터로 물고기들 소식 감추고, 통곡하는 산야 침묵하는 폭포'
거농 주명옥 시인의 '문동폭포' 한 구절이다.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가족 3명이 고향 거제에 시비를 세워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명옥 시인(72) 은 지난달 26일 여동생 주순보 시인, 남동생 부인 이말례 시인과 함께 고향인 문동에 가족시비를 세웠다.
가족 3명이 고향에 시비를 건립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지역 문인들의 부러움을 한꺼번에 사고 있다. 가족시비가 있는 곳은 주 시인의 고향인 거제 문동폭포 오르는 길에 위치해 있으며 경치가 좋아 외지인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한시 작가였던 아버님이 4남 4녀의 자녀 중 한시에 가능성을 보인 나한테 특별한 애정을 주셨다"는 그는 "나는 이곳에 문화공간을 만들겠다고 약속했고 이번에 그 뜻을 이룰 수 있어 가슴 뿌듯하고 행복하다"고 마음을 드러냈다.
이곳에 25년 전 작고한 고 주성국 선생의 한시를 비롯해 이들 3명의 작품 등 모두 8편의 시가 돌에 새겨져 거제 문동의 또 다른 관광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주 시인은 "'문동폭포'와 '노을'이라는 제목의 시를 통해 고향 정경을 노래했다"면서 " 여동생인 주순보 시인 역시 '고향'이라는 작품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제수인 이말례 시인은 아름다운 자연을 노래한 '동백꽃'을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교사 출신인 주 시인은 문인화가이자 시조창에도 능통한 팔방미인이다. 특히 한시분야는 독보적이다.
주 시인은 "선친이 작고하자 유품을 정리하던 중 '한시작법'을 우연히 접하고 공부를 시작했다"며 "이후 노인정을 돌며 독학으로 한시를 익혔다"고 말했다.
3년 전에는 현대시에 한시를 접목한 작품으로 부산시인협회 '부산시인'으로 등단해 창작열을 불태우고 있다. 매주 목요일과 주말이면 고향 문동을 찾아 재능나눔에도 열성을 보이고 있다.
주 시인은 "시비 공간이 나의 호를 따 이름 지은 거농문화예술원과 함께 고향 거제의 또다른 문화공간으로 발전해나가길 원한다"며 "아울러 지역 문화인들의 창작 공간으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지역문화 발전의 의지를 밝혔다.
주 시인은 오는 26일 간소하게 시비제막식을 열 계획이다. 이날 전국 시인들의 작품 100점을 모아 문동폭포 주변 나무에 걸어 전시하는 시나무 행사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한국미술협회 문인화 초대작가인 주 시인은 현재 부산시인협회 회원, 부산미술협회 친교사업위원장, 거농문화예술원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동생 주순보 시인은 지난 98년 '한국시'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 부산문인협회와 부산시인협회 회원, 가야문학회, 오륙도문학회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수인 이말례 시인은 '문예시대'를 통해 문단에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