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테의 계절
나이테의 계절
  • 거제신문
  • 승인 2014.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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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홍 시인/'문학21' 시 등단

여름을 알더니

꺼칠해졌다

신열 아직 남아
후회처럼 열꽃이
피고
 
저마다 갈무리한
몫으로
부대끼며 서 있는
제자리에서
이제

내려놓아야 한다

파란 하늘 깊은
곳으로
팔 벌린 위초리
가슴 여미고
 
종아리 내려치는
눈보라 회초리
예감한다

·시 읽기: 시집 『중얼거리는 풍경』(2014)에 실린 시이다. '나이테의 계절'은 제목 그대로 나이테를 하나 더 생겨나게 하려고 성장을 잠시 멈추는 '겨울'을 의미한다. 서정적 자아는, 여름의 나무는 푸르고 풍성하며, 가을의 나무는 잎의 갈무리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고 인식한다. 그리고 모든 것을 내려놓은 나목(裸木)의 상태로 나뭇가지의 맨 끝에 있는 가지가 하늘을 향해 팔 벌리고 서서 회초리 같은 겨울의 눈보라를 기다린다고 여긴다. 시 속의 이러한 시간의 경과를 분석해 보면, 서정적 자아가 바라보고 있는 나무의 계절은 '초겨울'이다. 나무는 '늦가을'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이테의 계절"인 '겨울'을 기다린다. 그래서 이 시의 시점은 '초겨울'임이 분명하다. 여기서 나이테에 대해 상기해 볼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나무의 나이테는 줄기나 가지에 1년마다 하나씩 생긴다. 이를 나이바퀴라고도 한다. 나이테는 나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물고기도 나이테가 있다. 비늘이나 줄무늬, 귓돌이나 척추에 나이테가 있다. 이를 토대로 이 시를 다시 읽어 보면, 시인은 나무의 나이테를 통해 우리의 삶의 과정과 욕심 없는 삶을 겹쳐 놓았음을 알 수 있다. (문학평론가 신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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