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그 후 100일
세월호 참사 그 후 100일
  • 거제신문
  • 승인 2014.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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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종식 시인/수필가

▲ 현종식 시인/수필가
4월16일. 그 후 100일이 지났다. 100이라는 숫자는 옛 부터 어머니의 백일기도, 아가의 백일잔치, 성년의 백년가약 등등 우리의 백일은 행복과 소원성취, 재출발의 의미를 함축한 말이다. 그런데….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 고 2학년 학생들이 탄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팽목항 앞 바다에서 침몰하던 현장을 보았다. 생사의 귀로에 선 골든타임에 구조의 손길은 어디에도 없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국가는 눈을 부릅뜨고 보아도 보이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 치욕스런 후진국 참사, 눈물을 흘리며 보아야했다.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의 거짓말을 믿고 기다리던  300여명의 어린 학생들은 살려달라고 애원을 하다가 물속으로 잠겨버리고 말았다.

그 와중에 손을 놓고 구경만 하며, 그 많은 사람 중에 한 명도 구하지 못한 정부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언론기관과 입맞춤을 하며 거짓 보도만 하고 있었다.

무능과 부도덕이 만연한 정부가 진상규명과 국가개조를 공언한 지 100일이 지나도록 아무것도 한 일 없이 의지와 방향 감각을 잃은 채 세월 호 참사는 제자리에서 현재진행 중일 뿐이다.

대통령이 언급한 국가 개조와 김영란 법은 참사의 원인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나라의 근본을 튼튼히 다지겠다는 의지로 국회와 정부는 막중한 책임감으로 국사를 보살펴야 한다.

오늘도 희생자 가족들은 빗속에서도 국토순례·도보행진·진상규명 촛불집회·단식농성 중이다. 세월 호 특별법은 진실 규명과 안전한 국가를 바라는 국민들의 요구 사항이다.

주객이 전도된 사건의 대부분은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자들의 소행이다. 잘못을 저질러 놓고도, 해서는 안 될 일을 해놓고도 부끄러운 줄을 모르고. 오히려 그것이 뭐가 대수냐는 식으로 당당하기까지 하다.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후안무치한 가진 자들이 고개를 못 드는 세상이 되어야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적폐와 관피아가 소탕되고, 대한민국이 선진국과 어깨를 함께하는 국가로 우뚝 설 수 있다.

경제성장만이 행복한 선진국이 된다는 어리석은 생각은 버리고, 세월 호 참사를 재출발의 시금석으로 삼아야한다. 가난한 자와 병든 자들을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긍휼히 여기는 이웃과 사회를 국민들의 자력으로 만들어야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0% 정도가 정부의 발표로 불신이 생겼으며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해 불신을 가진다고 응답했고, 정부를 믿는다는 비율은 한 자리 숫자에 그치고 있다.

국민의 불신이 지금 정도에 이르렀다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느냐 마느냐는 단순히 대통령 개인의 인기나 한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존망이 걸린 문제다.(7.31 유명준 부산일보 편집부국장 '불신의 시대에' 칼럼 참조)

노자는 지도자의 품성은 백성을 신뢰하는 것. 백성을 믿고 간섭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고, 한비자는 망징(亡徵)편에 법령을 완비하지 않고 지모와 꾀로써 일을 처리하거나, 동맹국의 도움만 믿고 있으면 나라는 망한다고 했다. 인생은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서는 것이라고 말한 넬슨 만델라의 지혜를 곱씹어 실천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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