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포동 가로청소 미화원은 다르다.
능포동 가로청소 미화원은 다르다.
  • 김태영 명예기자
  • 승인 2007.07.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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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부터 최근까지 능포동 가로청소 미화원 한 분을 유심히 지켜보게 됐다.

새벽 4시부터 청소용 노란 리어카를 끌고 도로변 빗질을 시작하는 그는 아르바이트로 신문을 배달하는 기자와 일주일에 2-3번은 마주친다.

신현읍이 집이지만 나는 장승포 지역에 배달할 사람이 없어 1년 동안 파견 나와 있던 나로서는 외지인이라 할 수 있었는데도 그 미화원은 반가움을 담은 인사로 답해 주었다.

이렇게 1년여를 길에서 가끔 만나는 사이에 불과했지만 공통된 관심사로 그 미화원을 다시 보게 됐다.

요즘 능포시장 앞 생활쓰레기 거점 배출장소가 이 미화원으로 인해 실제로 폐쇄될 기미가 보이기 때문이다.

능포시외버스 터미널과 시장 사이의 50미터 구간의 중간지점에 이 거점 배출장소가 있다.

최근까지도 ‘거점수거제를 폐지하고 문전수거제로 전환한다’하는 철제 경고문만 설치되고 실제 인근 주민은 글자에 불과하다며 나몰라라 하고 현재까지 그대로 쓰레기를 갖다놓고 있다.

실제 생활쓰레기를 던져놓고 가기에 조금도 부끄러워하거나 미안해하지 않는다.

또한 종량제봉투 5백원을 아끼려고 이미 배출된 종량제봉투에 끼워 넣으려고 갖고 왔다가 빈 공간 없이 가득 차 있으면 던져놓고 가기 일쑤고, 종이박스를 펴지 않고 배출하면서 안에다 일반쓰레기를 담아 재활용인양 불법투기하기도 예사다.

 

그동안 이 곳과 접한 상가 업주는 주변 환경 이미지상 피해를 보면서도 대책없이 참고 지내야 했다.

이 곳에서 반경 50미터 이내의 상가, 시장상인들이 쓰레기를 내다 버렸기 때문에 상대가 너무 많기도 하거니와 또한, 상가와 바로 맞닿아 있지 않고 상가주차장이 중간에 완충지대 역할을 해서 직접 피해있다고 주장하기도 애매했다.

이런 이 곳에 쓰레기를 한 사람, 두 사람의 손에 들려 와서 버리다 새벽 2시 쯤 되어 룸, 주점이 마칠 때면 더 심해 진다. 분리배출이 아니라 ‘분리해서 수거해 가!’란 것처럼 사람키보다 높게 쌓인다. 여기에 배출하는 가게는 정해져 있고, 또한 여기 두 군데의 금은방처럼 쓰레기가 한 달이 넘도록 나오지 않는 가게도 있다.

금은방 중 한곳인 원석당 주인은(43세, 여) "나는 얼마 되지 않는 쓰레기라서 나오더라도 집에 가져간다, 인도변은 깨끗해야 한다."고 했다. 같은 건물 상가임에도 주변이 쓰레기장처럼 된 이미지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경우이다.

이곳 사정이 이러함을 새벽마다 접하는 가로청소 미화원은 보다못해 직접 나서게 된 것이다. 정규근무시간이 끝나고 저녁식사를 일찍하니 마친 후 이 곳으로 다시 출근했다. 그리고 이 거점배출장소에서 의자를 갖다 놓고 앉아서 누구든 쓰레기를 갖고 오면 돌려 보내는 것이었다.

종량제 봉투에 담았든, 고물상이 주워간다며 종이만 묶어서 오든, 내 쓰레기가 아니고 자기집 앞에 버려져 있어서 갖고 왔다고 하든 예외 없이 돌려 보냈다.

이렇게 서 너시간을 지켜 서있었던 결과 이 곳에 누군가가 눈깜짝할 새에 던져 놓고 간 비닐봉투 두어 개 빼고는 깨끗했다.

이렇게 수당 없는 초과 근무를 일주일 가까이 하더니 주변 상가에서는 자기 가게앞에다 배출하기 시작했다. 비양심을 질책하는 불호령이 떨어지고 또, 요 며칠동안 문 앞에 놓았더니 수거해 가더라는 것이다. 문전수거제가 2005년 실시되고 2년 반만인 이제야 실효를 거두게 된 것이다.

이 미화원을 잘 안다는 시장입구 식육점 주인 최둘선(54세, 여)씨는 "성실하기로 이 사람 따라갈 사람 없다.

돈을 받고 안받고를 떠나서 근무시간이 끝나도 청소일을 찾아서 마무리 하는 사람이다"라고 했고, 바로 옆 금음방 주인(55세, 남)은 "그 미화원은 원리원칙대로 하는 사람이다. 성실하기는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람 개개인에게서 쓰레기는 나온다. 코 푼 휴지에서부터 음식물 쓰레기, 건축자재 잔재물에 이르기까지 불가피한 것이 이 쓰레기다. 때문에 일상생활과 밀접하며 어떤 누구를 양심적인지 판단할 때에 쓰레기처리를 유심히 보면 하나의 자료가 된다.

능포동 가로청소 미화원은 두 명이다. 동사무소언덕을 기준으로 옥수동과 능포동으로 나누어 맡고 있다. 기자가 살고 있는 신현읍에는 무려 13명이 있으나 낮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청소하고 지나갔다 해도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그야말로 '휙'하고 지나간다. 물론 리어카를 끌고 다니지도 않는다. 우리시 조례‘미화원 근무규칙'에 보면 주민에게 ‘생활쓰레기배출요령 홍보’도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인근 주민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서인지 말 몇마디로 제도전환을 이끄러내는 힘(?)있는 가로청소 미화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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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경이 2007-08-01 10:28:59
감사를 드려야 겠군요. 시민의 한사람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혼자 묵묵이 일하는 당신이 계시기에 이 사회가 보다나은곳으로 바뀌어져가는가 봅니다.

영국의 문학가 세익스피어가 한 말이 생각나 적어봅니다.

"당신은 지구의 모퉁이를 청소하고 있습니다. "

우리의 지구를 당신이 지켜주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