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도와 시방마을
이수도와 시방마을
  • 거제신문
  • 승인 2014.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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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 장목면 시방마을에서 바라다보면 바로 맞은편에 그림처럼 아름다운 섬 하나가 바다 위에 떠 있습니다. 이 섬이 '물(水)이 사람을 이롭게(利) 하는 섬'이라는 뜻을 가진 이수도(利水島)인데 한자어 이름을 갖기 전까지는 이물섬이라 불렀습니다.

이름에서 보듯이 가뭄 때는 바다 건너 이웃마을에서 물을 길러 올 정도로 물이 풍부한 마을이었고, 비록 작은 섬이라 하지만 능선을 따라 넓게 펼쳐진 야산에는 농사도 잘 되었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섬이야. 저 퍼덕이는 날개와 쭉 빠진 목덜미가 마치 하늘을 나는 학과 같이 아름다운 섬이야."

이물섬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꼭 학이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나는 것처럼 보여 학섬이라고 불렀고 어자원이 풍부해 모두가 부러워하는 '부자섬'으로 통했습니다. 이에 비해 바다 건너편 마을은 고기가 잘 잡히지않아 가난하게 살아야 했습니다.

그것은 학처럼 생긴 이물섬의 지형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마을이름을 활을 쏜다는 뜻의 '시방(矢方)'으로 고쳤습니다. 마침 마을 해안선의 생김새가 학처럼 생긴 이물섬을 향해 시위를 당겨 화살을 쏘는 형상이었습니다.

그러자 그때부터 시방마을은 고기가 많이 잡혀 부자가 되어가는데 이물섬 사람들은 고기잡이가 시원치 않아 가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물섬에 도사 한 분이 찾아왔습니다.

"음, 섬이 훌륭하긴 하지만 앞에 있는 시방마을 때문에……."

도사는 바다 건너 시방마을의 지형이 마치 활 모양으로 생겨 그곳에서 활을 쏘기 때문에 이수도가 망하고 말겠다며 시방의 활을 막을 수 있는 방패비석을 세우라고 비법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맞은편 마을이 잘 보이는 곳에 '화살을 막는 방패'의 의미가 담긴 '방시순석'(防矢盾石) 비를 세웠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그 비석을 세운 후부터 이수도 마을은 어장이 잘 되고 마을도 태평해 웃음꽃이 피는 마을로 변해 갔지만 시방마을은 그렇게 잘 잡히던 고기가 잡히지 않았고, 이 집 저 집 걱정거리가 생기면서 마을에 우환이 겹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이물섬 사람들이 세운 비석 탓인 것 같아. 우리가 이물섬의 비석을 깨부수어 버립시다."

시방마을 사람들은 그 비석을 없애기 위해 기회를 엿봤지만 이수도 사람들은 시방 사람들이 섬에 배도 대지 못하게 하고 물도 길어가지 못하도록 막았습니다.

"이물섬의 비석을 없애는 것은 어려운 것 같소. 그러니 차라리 그 비석을 깨뜨릴 수 있는 쇠화살을 만듭시다."

이물섬에 세운 돌비석을 시방에서 쇠로 된 활로 쏴 버리면 그까짓 돌비석쯤은 문제가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해 시방 사람들은 이물섬이 잘 보이는 곳에 '방시만노석(放矢萬弩石)'이란 글을 새긴 비석을 세웠습니다. '방시만노'란 '만개의 화살로 쏘다'라는 뜻입니다.

이 방시만노석이 세워진 다음부터 시방마을은 다시 살기좋은 마을로 변한 반면 이물섬은 또 다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습니다. 시방마을에서 만개의 화살을 동시에 쏠 수 있는 쇠뇌 때문에 이수도 학이 죽어 운(運)이 모두 나갔다고 믿었습니다.

다시 이번엔 이수도 마을사람들이 방시만노석을 깨부수기 위해 기회를 노렸지만 시방 사람들은 밤에도 횃불을 켜놓고 비석을 지키기 시작하자 이수도 사람들은 만노를 없애기 보다는 이를 막을 비석을 '방시순석' 위에 덧세우게 되었는데 이것이 지금의 '방시만노석(防矢萬弩石)'입니다.

그 뒤로 두 마을이 오랫동안 다투기도 했지만 지금은 두 마을 사람들이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정리: 윤일광 논설위원(자료: 거제교육지원청 '거제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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