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공연에 장승포항 들썩…음료 등 판매 수익금은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주말마다 찾아온 먹구름과 비, 일주일이 멀다하고 들려오는 태풍 소식에 관광객으로 북적여야 할 관광도시 거제는 울상이었다. 거기에 세월호 사건과 휴가철 물놀이 사고까지. 바다축제는 그래서 조심스럽다. 그 어느 때보다 살얼음판 같았던 바다 위에 모두의 우려를 한방에 날려버리기라도 하듯 '블루거제 페스티벌'이 화려하게 막을 열었다.
'거제문화예술회관과 함께 하는 색다른 피서!' 그래, 멀리 갈 거 뭐 있나. 거제 안에 바다가 있고 사람이 있고 축제가 펼쳐져 있으니 여름철 피서지 이만한 데가 또 있으랴.
1년에 한 번 큰맘 먹고 휴가 온 피서객들에게도 그동안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어줄 다양한 공연이 준비돼 있는 거제가 바로 힐링 그 자체다.
지난 7일부터 3일 동안 거제문화예술회관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블루거제 페스티벌'을 보기 위해 모인 인근 주민들과 관광객들은 아름다운 장승포 앞바다를 무대로, 하늘 높이 뜬 달을 조명 삼아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소리에 온몸을 맡긴 채 여름밤의 거제를 만끽하고 있었다.
페스티벌 첫 날에는 신유식의 색소폰연주·라피네의 팝페라·셔플코믹스의 마임·히든싱어에 출연했던 안웅기·김정훈의 열창으로 진행됐으며 8일은 가수 조지아·굿펠리스·국악가수 권미희·테너 박완의 무대가 이어졌다.
가수 김주아의 무대로 막을 연 마지막 날 공연은 혼성밴드 브라스통의 금관악기 연주와 여성 전자현악밴드 배드걸즈의 7080 노래메들리로 흥을 더했다. 페스티벌의 마지막은 히든싱어 김건모 편에 출연해 1위를 차지한 나건필(개그맨 출신 가수)의 입담과 수준 높은 열창으로 마무리됐다.
3일 간의 흥겨웠던 축제는 형형색색의 불꽃들이 밤하늘로 쏘아 올려지고서야 아쉽게 막을 내렸다. 바다를 배경으로 꾸며진 무대에 오르기 위해 거제를 찾은 출연자들은 하나같이 거제의 아름다움에 감탄했으며 관객들의 열띤 호응에 보답하듯 관객과 하나 돼 멋진 공연을 선사했다.
볼거리 가득한 공연 이 외에도 공연장 한편에 마련된 '블루매점'에서는 시원한 음료수와 맥주, 간단한 먹거리를 판매하고 있었다. 여느 공연장에서는 꿈도 못 꿀 일 아닌가? 음식 반입도 모자라 맥주를 마셔도 된다니. 그러나 이곳에서는 안 되는 것이 없다. 그렇다 해도 술을 못 이겨 누구 하나 무대에 난입하거나 소란을 피우는 무례함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 않았다.
자유로움 속에서도 배려를 통한 질서를 만들고 서로 어울려 한목소리를 내는 축제가 바로 '블루거제 페스티벌'이다. 행사 기간 동안의 수익금은 전액 불우한 소년소녀가장을 돕기 위해 쓰여진다고 하니 마시는 것이 곧 이웃을 돕는 길이다.

그는 또 "역동적인 해양스포츠에 중점을 둔 '바다로 세계로'와 연계해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날짜를 조정했다"며 "음악성의 깊이와 다양성을 더해 다른 축제들과의 차별화를 추구한 만큼, 제약이 많은 실내공연에서 벗어나 탁 트인 바다를 배경으로 가볍게 음악을 들으며 편안하게 휴가를 마무리하기에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취지에 맞게 세대를 아우르는 넓은 층의 출연진과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자연스레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는 가수들의 열정, 사회자의 재치있는 진행까지 그 어느 비싼 콘서트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흥겨운 무대가 펼쳐졌다.
거기에 북상하던 태풍까지 오던 발길을 돌려 맑은 하늘과 시원한 바람까지 협찬해 페스티벌을 더욱 즐겁게 했다.
이날 공연에 참석한 한 시민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흥겹게 즐길 수 있는 무대여서 가족단위로 즐기기 좋았다"며 "아이들이 신나 자유롭게 무대 앞까지 뛰어나가 춤추는 모습에 부모로서 흐뭇했다. 앞으로도 꾸준히 관심 갖고 매년 꼭 참석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시민은 "가까운 곳에 이렇게 멋진 공연이 있는데 다른 곳으로 피서 갈 필요가 뭐 있겠냐"며 "앞으로도 가족을 위한 다양한 공연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이 같은 반응에도 불구하고 야외공연으로 인해 생기는 걱정거리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매년 제기되는 인근 주민들의 소음 민원, 불청객처럼 들이닥치는 태풍이 골칫거리다.
이에 대해 정봉철 부장은 "무더위에 지치고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거제시민과 관광객을 위해 마련한 자리인 만큼 성황리에 마무리되고 전국적인 축제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주민들이 집접 참여해 함께 즐겨주길 바란다"며 "인근 주민들께 불편을 끼치지 않도록 최대한 공연시간을 지키고 음량을 조절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축제의 마지막에 쏘아올린 폭죽소리를 알리 없었던 시민들은 거사모 게시판에 "갑자기 펑하는 소리에 사고가 난 줄 알고 깜짝 놀랐다", "병원에 입원 중인 아이가 자고 있다 펑하는 소리에 잠에서 깨 무척 당황스러웠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블루거제 페스티벌이 좀 더 큰 축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주민단체와 행사관계자들, 더 나아가서는 시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온 '거제에는 특별한 문화가 없다'는 지적에 정봉철 부장은 "관심을 기울이지 못해 없다고 느껴지는 것일뿐 거제에는 다양한 문화 행사들이 진행됐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피서객이 많이 찾는 여름철만이 아닌 사계절 내내 다양한 문화행사가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거제문화예술회관 홈페이지에 가입한 무료 회원들에게 SNS 문자를 발송하고 문예정보지나 지역신문 등을 통해 꾸준히 홍보해 나갈 것"이라며 "거제시민들이 좀 더 관심을 가져준다면 거제 문화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