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법, 자전거 운행 위험성·합리적 출근방법·안전교육 등 고려
거제시에 거주하는 지적장애를 가진 환경미화원이 출근 후 불상의 사고로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가 승인받지 못하자 소송을 제기해 지난 6월 승소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근로복지공단은 환경미화원 A씨의 2013년 6월 재해 당시 상해의 경위를 정확히 알 수 없고, 출·퇴근 중의 재해는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발생한 사고가 아니기 때문에 업무상 재해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창원지법 행정부는 환경미화원 A씨가 피고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신청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지난 7월 밝혔다.
A씨는 2013년 4월 거제시의 한 기업체 환경미화원으로 입사한 뒤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작업을 해왔다. 지적장애 3급인 A씨는 자동차운전면허가 없었고, 이 기업체도 이런 사실을 알고 A씨를 채용했다. 별도로 통근버스가 운행되지 않은 탓에 A씨는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 했다.
하지만 A씨는 지난해 4월 19일 새벽 4시경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시작한 이후 불상의 사고를 당해 '경막위 출혈, 두개골 골절, 두개골 바닥 골절, 미만성 대뇌 손상, 대뇌 뇌좌상'의 상해를 입었다. 이에 A씨는 자신의 상해원인이 '업무상 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2013년 6월 재해 당시 상해의 경위를 정확히 알 수 없고, 출·퇴근 중의 재해는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발생한 사고가 아니기 때문에 상해와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신청을 승인하지 않았다. 이에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사건·사고 발생여부에 관한 판단에서 A씨가 △출근하던 중 낙상사고 등 자전거 운행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위험성이 현실화돼 두부에 심각한 충격을 당한 점 △자전거가 아닌 다른 출·퇴근의 방법을 선택할 여지가 없다는 점 △자전거 출근과정은 업무와 직접적이고도 밀접한 내적 관련성이 존재해 사업주인 이 기업체의 객관적 지배·관리 아래에 있었다는 점 등을 종합, A씨 주장에 따라 이 사건 재해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가 출근하는 시각인 새벽 3시30분~4시는 시내버스가 운행되지 않았고, 이 기업체에서 통근버스를 운행하지 않았다. A씨는 자동차운전면허가 없는 탓에 승용차나 오토바이를 이용할 수 없다. A씨의 임금 수준 및 부친과 형이 모두 장애등급이 있는 가정형편에 비춰 택시 등의 교통수단을 이용해 출·퇴근 하기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사회통념상 A씨에게 자전거를 이용해 출근하는 방법 이외의 다른 합리적 출근방법의 선택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기업체는 A씨가 지적장애 3등급으로 자동차운전면허가 없다는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A씨를 채용했다. A씨가 작업시간에 늦어 04:00부터 시작되는 폐기물운반차량의 운행에 지장이 발생하지 않도록 도보로 출근하지 말고 자전거를 이용할 것을 권장한 것으로 보인다. A씨에게 새벽시간 자전거 이용시 안전에 주의하도록 교육을 실시하고 안전장비를 지급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A씨의 의식불명으로 재해 경위가 세부적으로 낱낱이 밝혀지지는 않더라도, A씨에게 자전거 운행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위험성이 현실화돼 두부에 심각한 충격을 당한 사고가 발생한 사실은 합리적으로 인정된다"면서 "재해 당일 A씨가 이동한 경로도 A씨의 주거에서 이 기업체에 이르는 최단 경로이자 가장 적합한 경로다"며 근로복지공단의 사건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한편 근로복지공단은 이 사건 판결에 불복하고 지난 7월 부산지방법원에 상소를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