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해/<1983년>시조문학 등단
오로지 무거운 것만 길 위에 놓는 뒤꿈치
바위를 디디어도 바닥을 파고든다
억년을 멈추고 있는 시간
그 침묵이 뜨겁다
돌아보지 않느냐 너 여기 딛고 간 흔적
수평선 멀리 사라진 네 길의 끝을 보며
남겨 둔 발자국 깊이
사랑만 한 무게다
·시 읽기: 《서정과 현실》 2014년 상반기호에 발표한 시이다. 시인은 바위에 움푹 팬 공룡 발자국을 보고 "사랑만 한 무게"라고 표현하고 있다. 자연 현상에 공룡의 뒤꿈치가 "오로지 무거운 것만 길 위에 놓"으며 걷고, "바위를 디디어도 바닥을 파고든다"라고 묘사하고 있다. 이것은 지극히 시적인 발상법이다. 실제 동물의 뒤꿈치는 체중의 중심축 압력을 지탱함과 동시에 분산하는 역할을 한다.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두 발 혹은 네 발로 서 있을 때보다 압력이 몇 배 증가하지만, 뒤꿈치는 이를 온전히 지탱하고 분산한다. 시인은 공룡의 뒤꿈치도 같은 이치라고 인식한다. 또한 시인은 그 공룡 발자국 웅덩이의 역사는 억년 동안 멈추어 있는 시간이고, 그 긴 침묵이 뜨겁다고 인식한다. 나아가 이미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없는 공룡을 향해 네가 딛고 간 흔적인 발자국을 왜 되돌아보지 않느냐, 라며 말을 건넨다. 결국, 공룡 발자국의 깊이는 "사랑만 한 무게"임을 표현하고 있다. 우리도 오늘부터 사랑만 한 무게를 위해 뒤꿈치에 힘을 실어 봄이 어떨까? (문학평론가 신기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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