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개인정화시설 자체 설치하라' 공문 발송…입주민, 피해보상 요구

당초 시는 공공하수도 유입을 허가해 오수직간로를 설치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최근 하수유입량이 늘어 처리할 수 없게 되자 개인정화시설을 설치하라고 입장을 바꿨다.
벽산 1차아파트의 경우 시에서 건물 내 정화조를 제거하는 사업을 진행하며 벽산 측에 오수직간로 설치를 허가했다.
그러나 준공 당시 당초 계획과 달리 벽산 측은 거제시의 자연유하방식을 받아들여 오수스크린(오염물을 침전시켜 부유물질을 걸러내는 방식·사진)을 설치했다.
이 과정에서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직접 오수 침전물인 슬러지를 지하에서 건조, 운반 처리해야 했고 입주민들은 악취와 위생상의 큰 불편을 떠안게 됐다.
이에 시는 뒤늦게 1차 아파트에 대해 오수직간로 설치를 재허가 했고 벽산ENG 측에서는 오는 10월 말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입주 10개월이 지났는데도 오수 처리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벽산ENG 측과 개별 설비에 대해서는 관리감독 책임이 없다는 시의 입장에 입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비단 벽산 1차 아파트 주민들에게만 국한된 사안이 아니다. 벽산 2·3차 아파트의 경우에도 2012년 아파트 허가 당시 오수직간로 설치가 가능하다는 시의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시는 올해 느닷없이 하수발생량이 급격히 증가해 하수처리 능력을 초과하니 개인정화시설을 자체적으로 설치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입주를 3개월 앞둔 2단지 입주예정자들은 때 아닌 날벼락에 울분을 토했다. 행정의 방안대로라면 기존 오수직간로 설치를 위해 시공된 건물을 다시 허물고 정화조를 묻어야 한다. 이에 따르는 공사비용과 입주예정자들의 피해보상에 관련된 문제가 추가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입주예정자는 "한 치 앞도 예견하지 못하는 탁상행정의 표본을 보는 듯하다"면서 "시의 오류추산에 대한 추가비용과 정신적 피해를 시민과 시공사가 떠안아야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벽산 2차아파트 입주자대표는 "입주자들이 입주예정일에 맞춰 편안하게 입주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기본 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시가 오히려 주민과 시공사에 잘못을 떠넘기려는 태도를 보여 거제시민으로서 씁쓸하다"면서 "시의 오류추산에 대한 사과와 공사 지연으로 인한 피해보상에 대한 촉구를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