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
판도라의 상자
  • 거제신문
  • 승인 201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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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수 시인/《문장21》 시 등단

나,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네
세상의 모든 암흑이 오히려, 내 눈을 멀게 했네
짐승의 마음으로 핥아 보는
붉은 잇몸의 봄
꽃그늘 감옥에 당신을 가두고
자책의 굳은 가시 목을 찔렀네
나, 이제 서성이네 잠겨진 문 앞에서
나 오늘 잠시 동안에 판도라 상자를 열어 보네

·시 읽기: 《문장21》 16호(2012)에 실린 시이다. 뜻밖의 재앙의 근원과 인류의 희망을 뜻하는 그리스 신화의 판도라 상자(Pandora's box)를 제재로 삼아 이를 변용한 시이다.
 판도라의 상자는 판도라가 제우스의 경고를 거역하고 호기심에 뚜껑을 열고 말았다. 그러자 상자 안에서 온갖 재앙과 죄악이 빠져나가 세상에 퍼졌고, 상자 안에는 희망만이 남게 되었다는 신화이다.
 흔히 판도라 상자를 세상이 아무리 험악해도 꼭 한줄기 희망은 남아 있다는 비유의 뜻으로도 쓴다. 이 시의 화자가 오늘 잠시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보았노라고 말하며 세상의 모든 암흑에 대해 자책을 하면서도 암흑 속에서 한줄기 희망의 끈을 잡고 있음을 암시해 놓았다.
 그러나 기원적 시점의 구체적 진술을 생략함으로써 시가 드러내지 말아야 할 것을 적당히 숨겨 놓았다. 시인이 판도라의 상자에 봄이라는 희망을 환치시켜 놓았다.    (문학평론가 신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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