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살인
명예살인
  • 거제신문
  • 승인 2014.08.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일광 논설위원

1984년에 만들어진 영화 「자녀목(恣女木)」은 제23회 대종상에서 작품상·감독상·여우조연상을 수상했으며, 제1회 도쿄영화제에서는 세계영화 베스트 30에 선정되기도 했다.

주인공 연지는 정읍의 열녀가문에 맏며느리로 시집왔지만 아이를 낳지 못해 온갖 구박을 받는다. 씨받이 여인을 들였지만 역시 태기가 없었다. 연지는 자신이 다른 사내의 씨를 받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자기를 사모해 온 옛 애인에게 몸을 허락한다. 그러나 이 사실이 시어머니에게 발각되고 시어머니는 집안의 명예를 손상시켰다며 연지에게 자결을 요구한다. 연지는 한을 안은 채 자녀목에 목을 매 자살한다.

자녀목은 간통한 여인을 처벌하거나 자살할 때에 목을 매었던 나무를 말한다. 자녀(恣女)는 조선시대의 양반집 여자로서 품행이 나쁘거나 세 번 이상 시집가서 양반집의 체면을 손상시킨 여자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관청에서는 자녀안(恣女案)이라는 문서를 두고 여기에 이름을 올리면 가문의 수치는 물론이거니와 그 자식은 과거시험이나 승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또 다른 가문형(家門刑)으로 도모지(塗貌紙)가 있었다.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을 때 쓰는 '도무지'라는 말이 도모지에서 비롯되었다고 황현의 매천야록(梅泉野錄)은 설명하고 있다. 보통 집안의 윤리를 어긴 자녀를 죽이는 사형(私刑)인데 천주교 박해 때에도 사용되었다. 도모지는 글자 그대로 얼굴에 종이를 바른다는 뜻으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몸을 묶고 물을 묻힌 창호지를 얼굴에 몇 겹으로 발라 서서히 숨도 쉬지 못하게 하여 질식사시키는 끔찍한 형벌이었다.

중동과 서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가족들에 의해 살해하는 '명예살인'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 주로 정조를 지키지 못했거나 간통한 여자를 상대로 생매장, 돌팔매질, 화형 등 잔혹한 방법으로 죽인다. 여성의 생명보다 '가문의 영광'을 우선시 하는 가부장적 문화를 그들은 아직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국제사회는 명예살인에 대하여 분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