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에 대하여
운전에 대하여
  • 거제신문
  • 승인 201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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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진국 칼럼위원

▲ 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A man who conquers himself is much more superior than any man.'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가장 대단하다.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 인내력을 기르기 위해 먼저 5분 동안 참는 것부터 시작해보라. 그래서 그 시간을 10분, 20분, 한 시간으로 늘여보라.

위와 같은 내용은 보통 사람들이 많이 말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인내 즉 참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일까?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화가 날 때는 화를 내라! 너무 참으면 병이 된다. 자, 위 두 가지 주장 중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참을 수도 없고 참지 않을 수도 없고.

운전하면서 화를 안 내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고 누구나 자신만의 운전 기준을 갖고 있다. 평소 얌전하던 사람이 운전대를 잡으면 180도로 돌변해 과격한 운행을 하는 모습을 종종 볼 때가 있다. 또 야성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이 운전을 할 때만큼은 조용하고 조신하게 변신하는 것을 목격할 때도 있다.

"저런 데서 갑자기 끼어들다니" "저렇게 급하게 차선을 바꾸다니?" "저렇게 빠르게, 저렇게 느리게?" 자신에게 피해라도 온다면 "개XX, 소XX" 욕이 바로 튀어 나온다.

다른 운전자의 운전행태를 보며 혀를 차거나 주차에 어려움을 겪는 운전자에게 모욕적인 언어로 일장훈계를 할 때도 있다.

이렇게 사사건건 간섭할 때 누구에게 이로운가? 그 상대방에게 도움이 될까? 나에게 도움이 될까? 자, 여기서 자신의 기준과 기대를 놓아버리자. 다른 운전자의 모든 행위에 대해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겠지"라고 바꿔보면 어떨까?

형사범에는 고의와 과실이 있다. 고의는 일부러 하는 것이고 과실은 잘 몰라서 실수로 하는 것이다. 만일 상대방 운전자의 '갑자기 끼어들기' 가 있었다면 그것은 고의 아니면 과실로 인한 것이다.

만일 과실이라면, 즉 그가 운전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이 부족해 잘 모르고 실수로 했다면 또는 깜박 주의를 하지 못하다가 정신없이 그랬다면 크게 나무랄 일은 아니다. 즉 실수로 한 것이니 내가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다.

만일 고의범이라면 어떤가? 형사적인 책임은 더 커지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어떨까? 그가 운전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충분하고 주의 결핍도 아니면서 갑자기 끼어들기를 했다면 내가 알지 못하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뒷자리에 임산부가 출산하려 하고 있다든지, 응급환자가 있어서 초를 다툰다든지 내가 모르는 이유가 분명 있을 수 있다. 만일 그런 이유를 내가 알게 되었다면 내가 화나진 않았을 것이다.

만일 그 사람에게 위와 같은 아무런 다급함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그렇게 하였다면 우리는 그 사실을 알 때 크게 화가 날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렇게 하는 그 사람은 얼마나 불쌍한가? 아무런 그럴듯한 이유도 없이 고의로 의도적으로 나쁜 행위를 한다는 것은 선천적으로든 후천적으로든 그가 비뚤어져 있다는 뜻이다.

그를 미워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비뚤어진 마음으로 살아가는 그는 같은 인간으로서 동정할 만하지 않은가? 또는 그가 미친 사람일 수도 있다.

생각이 이에까지 미친다면 과연 누구를 미워할 수 있는가? '갑자기 끼어들기' 라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 이유를 나는 잘 모른다. 어떤 이유이든 내가 화낼만한 건 없다.

그래도 화가 난다면? 생겨난 것은 모두 사라진다.  화가 나는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보라. 그리고 화가 나는 이유를 생각해보라. 흙탕물을 가만히 두면 깨끗하게 되듯이 어느새 화가 사라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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