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점의 기원은 자세히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고대 그리스에서는 BC 5세기경에 책방이 나타났다는 기록이 있고, 우리나라에 서점이 언제부터 생겼는지는 정확한 정설은 없으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의하면 최초의 서점에 대한 기록은 송석하(宋錫夏) 소장 ≪고사촬요 攷事撮要≫ 권말의 간기(刊記)에 '1576년(선조 9, 만력 4) 7월'에 이어 "수표교 아래 북쪽 자리 수문입구에 있는 하한수(河漢水)의 가각판(家刻板)을 사고 싶은 사람은 찾아오라."고 새겨진 예를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최근 발간한 <2014.한국서점편람>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3년 말 현재 국내 서점의 수는 2,331개로 2011년 말의 2,577개에 비해 246개(10%)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2년 새 10% 이상의 서점이 문을 닫았으며 인천시 옹진군, 경북 영양군·울릉군·청송군 등 4개 군에는 이미 서점이 '멸종' 했으며, 경기 의왕시, 경북 문경시 등 36곳은 서점이 단 1개만 남아 있다.
오죽했으면 2010년 4월 1일 서점 부도 발생 시 출판사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출판계 공동 상설기구인 '서점부도대책위원회'가 가동 되었을까.
서울에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책을 사러 가거나 서울 시내의 약속 장소로 주로 애용했던 서울 종로서적은 2006년에 최종 부도처리 되어 우리들 추억속의 서점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부산 서면의 동보서적, 문우당서점 등 오랜 역사를 가진 향토서점도 역시 몰락했다.
국제적으로도 보자면 지금은 지역 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다시 문을 열기는 했지만 미국 실리콘 밸리의 명물이었던 케플러스 북스 & 매거진스(Kepler's Books and Magazines)는 폐업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고 미국의 최대 오프라인서점인 반스 앤 노블(Barnes & Noble)은 재정상태가 적자라는 발표를 했다.
오프라인 서점이 이렇게 몰락하고 있는 주된 이유는 온라인 서점과 e-book의 등장이라고 본다. 온라인 서점에서 정가제에 대한 약속을 무시하고 대대적인 할인을 하자 정가제를 고수할 수밖에 없는 오프라인 서점은 온라인 서점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게다가 온라인 서점에서는 한 권을 사면 다른 한 권을 주는 1+1, 혹은 책값의 일부를 적립해서 나중에 쓸 수 있게 하는 적립금 제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손님들을 유혹했다.
또한 대다수 연령층에서 인터넷 사용이 급증하면서 서점에서 한가하게 책을 고르기보다는 할인율이 높은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는 것에 더 익숙해지고, 오프라인에서는 구입할 수 없는 책도 손쉽게 온라인에서 검색하여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되자 오프라인 서점을 이용하는 고객이 눈에 띄게 줄게 되었다.
또한 항상 시간에 쫒기는 직장인들은 책을 구입할 때 서점까지 오고가는 번거로움 없이 책상에 앉아서 클릭 한번으로 더 저렴하게 책을 구입할 수 있는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는 것을 더 편하게 여기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아마도 이런 것들이 오프라인 서점이 몰락해가는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게다가 과거에 정보와 지식의 바다라고 여겨지던 책은 이제 인터넷 정보로 인해 그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를 검색엔진의 발달로 이제는 집에 앉아 인터넷으로 얻을 수 있으니 굳이 바쁜 시간을 쪼개 서점에 들러 책을 고르는 풍경은 앞으로 먼 과거 추억의 풍경 중의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얼마 전, 꼭 읽어 보고 싶은 책이 있어 우리 동네의 서점에 전화해서 그 책이 있냐고 물었더니 점원이 대답하기를 서점이 부도가 나서 이제 서점 문을 닫는다고 했다. 그 소식에 나는 깜짝 놀랐고 정말 안타까웠다.
그나마 거제에서 내가 책을 사러 가는 유일한 서점이었고 보유된 책도 많아서 향토서점으로 자리를 잡나했는데 역시 온라인의 맹공을 막아내기에 역부족이었나 보다. 그 서점이 문을 닫는다면 이제 거제에서 오프라인으로 책을 사려면 어디로 가야하는가. 드디어 서점의 붕괴의 여파가 여지없이 몰아닥쳐 거제의 향토서점마저 무너졌단 말인가.
거제는 음식점과 술집은 한 집 건너 한 집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몇 개 안되는 서점, 그 중에서도 거제에서 가장 큰 서점이 문을 닫는다는 것은 우리의 메말라 가는 삶을 보는 것 같아 매우 슬프다.
서점의 한켠을 독서공간으로 마련한 서점, 책을 읽으면서 커피나 차를 마실 수 있도록 휴식 공간을 마련한 서점, 문구류와 음악 다른 문화 공간을 만들어 다양한 연령층을 소화하게 한 서점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여 성공적으로 살아남은 오프라인 서점도 있지만 앞으로 순수하게 책만 파는 그런 서점은 조만간 우리의 삶에서 사라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 본다.
새 책이 주는 냄새, 책이 꽂혀있는 선반과 선반 사이를 지나노라면 알 수 없는 압도감이 느껴지고 책을 넘겨보는 손님들의 새 책 넘기는 빠듯한 소리와 조용조용 서점 바닥을 발끝으로 사뿐히 지나가는 발자국 소리들.
그런 풍경이 그리울 날이 조만간 올 것 같다. 그리고 먼 훗날 우리의 후손들은 서점에 대해 묻는다면 우리는 그들의 손을 잡고 박물관으로 가서 이런 곳이 서점이었노라고 말해주어야 할지도 모른다.
춥지도 덥지도 않고 책 읽기 딱 좋은 요즘 긴 추석 연휴가 기다리고 있다. 올 추석 연휴엔 선물로 책을 주는 것도 좋은 일일 것 같다. 일어나 서점에나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