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書店), 박물관으로 가다
서점(書店), 박물관으로 가다
  • 거제신문
  • 승인 2014.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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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광 칼럼위원

▲ 김미광 거제중앙고 교사
서점. 백과사전에는 서점을 '책을 팔고 사는 가게'라고 정의 되어 있다.

서점의 기원은 자세히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고대 그리스에서는 BC 5세기경에 책방이 나타났다는 기록이 있고, 우리나라에 서점이 언제부터 생겼는지는 정확한 정설은 없으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의하면 최초의 서점에 대한 기록은 송석하(宋錫夏) 소장 ≪고사촬요 攷事撮要≫ 권말의 간기(刊記)에 '1576년(선조 9, 만력 4) 7월'에 이어 "수표교 아래 북쪽 자리 수문입구에 있는 하한수(河漢水)의 가각판(家刻板)을 사고 싶은 사람은 찾아오라."고 새겨진 예를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최근 발간한 <2014.한국서점편람>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3년 말 현재 국내 서점의 수는 2,331개로 2011년 말의 2,577개에 비해 246개(10%)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2년 새 10% 이상의 서점이 문을 닫았으며 인천시 옹진군, 경북 영양군·울릉군·청송군 등 4개 군에는 이미 서점이 '멸종' 했으며, 경기 의왕시, 경북 문경시 등 36곳은 서점이 단 1개만 남아 있다.

오죽했으면 2010년 4월 1일 서점 부도 발생 시 출판사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출판계 공동 상설기구인 '서점부도대책위원회'가 가동 되었을까.

서울에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책을 사러 가거나 서울 시내의 약속 장소로 주로 애용했던 서울 종로서적은 2006년에 최종 부도처리 되어 우리들 추억속의 서점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부산 서면의 동보서적, 문우당서점 등 오랜 역사를 가진 향토서점도 역시 몰락했다.

국제적으로도 보자면 지금은 지역 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다시 문을 열기는 했지만 미국 실리콘 밸리의 명물이었던 케플러스 북스 & 매거진스(Kepler's Books and Magazines)는 폐업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고 미국의 최대 오프라인서점인 반스 앤 노블(Barnes & Noble)은 재정상태가 적자라는 발표를 했다.

오프라인 서점이 이렇게 몰락하고 있는 주된 이유는 온라인 서점과 e-book의 등장이라고 본다. 온라인 서점에서 정가제에 대한 약속을 무시하고 대대적인 할인을 하자 정가제를 고수할 수밖에 없는 오프라인 서점은 온라인 서점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게다가 온라인 서점에서는 한 권을 사면 다른 한 권을 주는 1+1, 혹은 책값의 일부를 적립해서 나중에 쓸 수 있게 하는 적립금 제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손님들을 유혹했다.

또한 대다수 연령층에서 인터넷 사용이 급증하면서 서점에서 한가하게 책을 고르기보다는 할인율이 높은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는 것에 더 익숙해지고, 오프라인에서는 구입할 수 없는 책도 손쉽게 온라인에서 검색하여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되자 오프라인 서점을 이용하는 고객이 눈에 띄게 줄게 되었다.

또한 항상 시간에 쫒기는 직장인들은 책을 구입할 때 서점까지 오고가는 번거로움 없이 책상에 앉아서 클릭 한번으로 더 저렴하게 책을 구입할 수 있는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는 것을 더 편하게 여기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아마도 이런 것들이 오프라인 서점이 몰락해가는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게다가 과거에 정보와 지식의 바다라고 여겨지던 책은 이제 인터넷 정보로 인해 그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를 검색엔진의 발달로 이제는 집에 앉아 인터넷으로 얻을 수 있으니 굳이 바쁜 시간을 쪼개 서점에 들러 책을 고르는 풍경은 앞으로 먼 과거 추억의 풍경 중의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얼마 전, 꼭 읽어 보고 싶은 책이 있어 우리 동네의 서점에 전화해서 그 책이 있냐고 물었더니 점원이 대답하기를 서점이 부도가 나서 이제 서점 문을 닫는다고 했다. 그 소식에 나는 깜짝 놀랐고 정말 안타까웠다.

그나마 거제에서 내가 책을 사러 가는 유일한 서점이었고 보유된 책도 많아서 향토서점으로 자리를 잡나했는데 역시 온라인의 맹공을 막아내기에 역부족이었나 보다. 그 서점이 문을 닫는다면 이제 거제에서 오프라인으로 책을 사려면 어디로 가야하는가. 드디어 서점의 붕괴의 여파가 여지없이 몰아닥쳐 거제의 향토서점마저 무너졌단 말인가.

거제는 음식점과 술집은 한 집 건너 한 집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몇 개 안되는 서점, 그 중에서도 거제에서 가장 큰 서점이 문을 닫는다는 것은 우리의 메말라 가는 삶을 보는 것 같아 매우 슬프다.

서점의 한켠을 독서공간으로 마련한 서점, 책을 읽으면서 커피나 차를 마실 수 있도록 휴식 공간을 마련한 서점, 문구류와 음악 다른 문화 공간을 만들어 다양한 연령층을 소화하게 한 서점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여 성공적으로 살아남은 오프라인 서점도 있지만 앞으로 순수하게 책만 파는 그런 서점은 조만간 우리의 삶에서 사라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 본다.

새 책이 주는 냄새, 책이 꽂혀있는 선반과 선반 사이를 지나노라면 알 수 없는 압도감이 느껴지고 책을 넘겨보는 손님들의 새 책 넘기는 빠듯한 소리와 조용조용 서점 바닥을 발끝으로 사뿐히 지나가는 발자국 소리들.

그런 풍경이 그리울 날이 조만간 올 것 같다. 그리고 먼 훗날 우리의 후손들은 서점에 대해 묻는다면 우리는 그들의 손을 잡고 박물관으로 가서 이런 곳이 서점이었노라고 말해주어야 할지도 모른다.

춥지도 덥지도 않고 책 읽기 딱 좋은 요즘 긴 추석 연휴가 기다리고 있다. 올 추석 연휴엔 선물로 책을 주는 것도 좋은 일일 것 같다. 일어나 서점에나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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