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의 밤
거제도의 밤
  • 거제신문
  • 승인 201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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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행심 / <현대시> 시 등단

불빛이 없는 까만 밤에는
당신을 볼 수 없어요.
 
파도가 잠든 까만 밤에는
새들도 조용하네요.
 
밤비행기 허공을 가로질러도
별들은 요동하지 않고
산도 바위도 침묵할 뿐
 
당신은 보이지 않아도
주인 곁을 떠난 찌들은
이 골 저 골
밤바다를 누비네요.
 

당신의 촉을 찾아서요.

·시 읽기: 《문장21》에 발표한 시이다. 시인은 "당신의 촉"을 찾아 거제도의 밤바다를 누비고 다닌다. '촉(觸)'은 불교의 12연기의 하나로서, 근(根)과 대상과 식(識)이 서로 접촉하여 생기는 정신 작용을 말한다. 촉은 육입(色·聲·香·味·觸·法)에 의해 있게 되고, 느낌(受)을 있게 한다. 쉽게 말하면, 눈의 접촉, 귀의 접촉, 코의 접촉, 혀의 접촉, 몸의 접촉, 마음의 접촉을 통해 세상을 느끼게 된다는 의미이다.
 시인은 불빛도 없고, 파도도 잠든 거제도의 까만 밤에는 "당신을 볼 수 없어요."라며 대상인 당신에 대한 눈의 접촉이 단절되어 느낄 수 없음을 표현하고 있다. 또한, "새들도 조용하네요."라며 귀의 접촉도 단절되어 느낄 수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나아가 시인은 당신이라는 대상을 찾아 눈과 귀의 접촉을 시도해 보지만, 좀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밤바다를 누비는 낚싯대의 '찌'가 "당신의 촉을 찾아서" 이리저리 밤바다를 누비고 다닌다고 인식한다. 이것은 '찌'와의 눈의 접촉을 뛰어넘어 마음의 접촉을 하면서 자기 동일성을 유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문학평론가 신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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