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신령님, 저의 소원을 들어주십시오. 저는 고려 18대 의종왕입니다. 그런데 저는 무신(武臣) 정중부(鄭仲夫)의 반란으로 인해 이곳 거제도 둔덕면 거림리의 우두봉 밑으로 피해왔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와보니 우리의 힘으로는 성(城)을 도저히 만들 수 없습니다. 우리들이 살아갈 수 있는 성이 필요합니다. 신령님! 성을 하나 만들어 주십시오."
의종왕은 1146년 고려 제18대 왕으로 즉위해 24년간 재위하다가 1170년 정중부·이의방 등 무신정변(정중부의 난) 때 물러나 거제로 피신 왔습니다. 그 후 의종왕은 3년 동안 거제 둔덕 일대에서 머무르다 계림(현재 경주)까지 나아가 복위를 꿈꾸었지만 이의민에게 비참하게 살해돼 곤원사 북쪽 연못에 던져졌다고 전해지고 있는 비운의 왕입니다.
의종왕은 거제도에 오긴 했지만 살아가가기에는 불편한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함께 따라온 많은 사람들이 거처할 곳이 마땅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같이 온 사람들은 장정들이 아니라 내시와 궁녀들로 작은 집도 한 채 지을 수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왕은 천태산 산신령님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음, 의종왕의 기도가 정말 간절하구나. 어서 거제도 우도봉에 굳건한 성을 만들어 줘야겠구나."
하며 중국의 절강성에 있는 천태산 산신령은 의종왕의 기도를 들어주기로 결심하고 천태산 마고할미를 불렀습니다.

산신령의 명령을 받은 마고할미는 한달음에 거제도로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괭이바다를 건너 괭이섬에 있던 바위들을 치마폭에 가득 담아 우두봉으로 왔습니다. 마고할미는 얼마나 힘이 센지 한 번 만에 성을 다 쌓을 수 있는 돌을 담아올 수 있었습니다. 마고할미는 그 돌로 밤새 성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날이 훤히 밝아지기 시작하는 새벽녘에 성은 다 만들어졌습니다.
"이쯤하면 아무도 넘보지 못하는 든든한 성이 되겠구나. 이제 성을 다 쌓았으니 남은 돌은 이곳에 버려야지."
마고할미는 성을 쌓고 남은 돌을 우두봉 골짜기에 버렸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우두봉 골짜기에는 그때 버린 돌들로 가득합니다. 거림리에서 폐왕성을 향해 한참 오르다보면 마치 허물어져 있는 성곽과 같이 작은 골을 메우고 있는 검은색 돌무더기가 그때 버린 돌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돌무더기 밑으로 물이 흐르고 있는데, 그 물은 마고할미가 성을 다 쌓고 나서 소변을 누었는데 그 오줌이 괭이바다와 연결되어 거제 둔덕기성 안으로 물길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안에 있는 우물에 명주실 꾸러미를 풀어 넣으면 괭이바다 앞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그런 탓인지 지금도 거제 둔덕기성 골짜기엔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끊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고려 18대 의종왕이 정중부의 반란 때 축성했다는 둔덕면 거제 둔덕기성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입니다. 정리: 윤일광 논설위원(자료: 거제교육지원청 '거제의 꿈')
Tip. 마고할미 = 마고할미(麻姑할미)는 전설 속의 노파(老婆)를 말한다. 할미는 새의 발톱같이 긴 손톱을 가지고 있으며, 세상을 만든 거대한 여신으로 마고할미의 이야기는 전국 어디서나 다 있다. 힘이 엄청난 마고할미는 산과 강·바다·섬·성들을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고 전해온다. 한민족 창세신화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할미이다. 출처 : 위키백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