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의 빈자리가
고요의 빈자리가
  • 거제신문
  • 승인 201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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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순 / <해동문학> 시 등단·부산시인협회 이사

여기는 날짜가 바뀌는 상공
대양에 떠 있는 가랑잎 같은
외로운 배는 어디서 어디로 가는지
안녕이란 말없이 랜딩기어 접은 지 여덟 시간
태평양을 붉게 물 드리는 <라>의
뜨겁고 영원한 우주의 중심체 위대한 힘이여
붉은 수평선 공간의 찬란한 빛은
황홀한 벌판 안락한 삶의 휴식이라
진정한 자유를 찾아
나는 오천 년 역사의 어디쯤인가
인디오들의 부족장 중심으로 즐기는 안식처
신의 축복으로 고요의 빈자리가 넉넉한 그곳
무한의 자유를 부여받은 것일까
푸른 음악의 낭만은 짙어 가고 있는데
달팽이는 가는 길이 아직 늦지 않다고
내가 쉴 곳을 찾아가는 유토피아 이 길인가.

·시 읽기: 이 시는 시인의 제3시집 『고요의 빈자리가』(2013)의 표제 시이다. 이 시집으로 2013년에 '고운 최치원 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인은 비행기를 타고 태평양 상공 날짜 변경선을 지나고 있다. 대양에 떠 있는 가랑잎 같은 외로운 배를 내려다보기도 하고, 태평양이 붉게 물드는 붉은 수평선을 내려다보기도 한다. 이처럼 찬란한 빛을 보며 안락한 삶의 휴식과 진정한 자유를 느낀다. 그러면서 시인은 오천 년 역사의 어디쯤에 자신이 서 있는지 궁금해 한다. 그리고 아메리카대륙이야말로 신이 축복한 땅이라고 여김은 물론, 고요의 빈자리가 넉넉한 곳이라고 인식한다. 나아가 무한의 자유를 부여받은 곳이라 인식한다. 시인 자신이 쉴 곳을 찾아가는 유토피아를 향한 길이 이 길이 맞는지 의문을 던지며 그 길이 유토피아이기를 원하고 있다. 과연 현상계에 '유토피아'가 존재할까?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장소'라는 본래의 뜻을 생각하게 하는 시이다.      (문학평론가 신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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