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자루를 닮은 형제섬
쌀자루를 닮은 형제섬
  • 거제신문
  • 승인 201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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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으로배우는 거제역사]거제의 구비문학 9

사등면 청곡리 앞 바다에는 마치 여인의 가슴처럼 두 개의 섬이 나란히 떠 있습니다. 이 섬을 사람들은 '형제섬'이라 부르는데 섬에 얽힌 전설에는 따뜻한 두 형제의 우애가 담겨져 있습니다.

옛날, 사등면 청곡마을에는 두 형제가 홀로된 어머니를 모시고 가난해도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형제는 어머니에 대한 효심이 지극할 뿐 아니라 형과 동생사이의 정이 얼마나 두터운지 마을사람들의 칭찬이 자자했습니다.

어느 해 거제에 큰 흉년이 들었습니다. 몇 달 동안 계속된 가뭄으로 논밭에 심은 곡물은 이미 다 타버렸고, 산과 들에는 구황식물조차 구하기 어려워 사람들은 먹을 것이 없어 여간 고생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두 형제는 부지런히 일해 어머니를 굶기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거제 전체가 다 흉년이라 먹을 것을 구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거기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머니마저 병석에 눕게 됐습니다. 어머니께서 제대로 먹지 못해 그런 것이라 생각하니 형제의 마음은 참으로 아팠습니다.

"어머니, 조금만 참으세요. 거제도는 심한 흉년이 들어 곡식이 없지만 고성은 들이 넓어 아무리 흉년이라 하더라도 거기가면 먹을거리를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희들이 고성에 가서 식량을 구해오겠습니다. 그 때까지만 조금만 견뎌 주십시오. 그리고 아우야, 너는 어머니를 모시고 있어라. 내가 가서 남의 집에 머슴을 살아서라도 어머니께 드릴 양식을 반드시 구해오마."

"아닙니다, 형님. 형님은 장남이시니 어머니를 모시고 계셔야 합니다. 제가 가서 어떻게 해서든 식량을 구해오겠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형님께서 집에 계시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두 형제는 서로 식량을 구하러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가서 식량을 구하기 위해 뼈 빠지게 일해야 하는데 그런 어려운 일을 서로 맡겠다는 따뜻한 형제애였습니다.

그뿐 아니라 마침 그때가 음력 2월로 영동할미의 심술로 거제는 바람이 가장 심하게 불어 위험한 때라서 서로 그 위험한 일을 맡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것입니다. 이를 본 어머니는 굶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자식들을 그 험한 뱃길에 내보낼 수 없다며 만류했습니다.

"못간다. 굶어 죽는 일이 있어도 이 풍랑속으로 너희들을 보낼 수 없다."

형제가 뭍으로 식량을 구하러 간다는 사실을 안 어머니가 간곡히 만류했지만 두 형제는 함께 배를 타고 식량을 구하러 고성으로 떠났습니다. 형제는 힘을 합쳐 열심히 일해준 값으로 곡식을 받아 다시 거제로 돌아오기 위해 배를 탔습니다. 배가 거제에 거의 왔을 무렵이었습니다. 갑자기 풍랑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무서운 돌풍이 불더니 두 아들이 탔던 배를 그만 뒤집어 놓고 말았습니다.

"용왕님, 살려주십시오.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희를 데리고 가시려면 어머니께 이 쌀자루라도 전해 주고 난 다음 데리고 가십시오."

두 형제는 풍랑에 휩싸여 죽어가면서도 쌀자루만은 놓지 않았습니다. 효심이 지극한 형제는 비록 자신은 죽는다 하더라도 병석에 홀로 계신 어머니를 두고 저승으로 갈 수 없어 청곡리 앞바다에 섬이 됐습니다. 죽으면서도 쌀자루를 놓지않고 죽었기 때문에 이 섬의 모양이 마치 쌀자루처럼 생겼습니다.

사람들은 이 섬을 형제섬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효자섬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지금도 날씨가 흐리고 비라도 올 듯한 날에 이 섬을 지나가면 두 형제가 어머니를 부르는 애달픈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어부들이 고기잡이를 나가기 전에 이 섬에서 수륙대제를 올리면 고기가 많이 잡힐 뿐 아니라 뱃길도 무사하다고 여겨 왔습니다. 형제섬의 주위에는 청곡·청포·지석마을이 있고 요즘은 형제섬 주위로 양식어장의 흰 부표들이 마치 황금 알맹이를 낚는 옥구슬같이 떠 있습니다.

정리: 윤일광 논설위원(자료: 거제교육지원청 '거제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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