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상은 1981년 존 윌슨이 '영화값 1달러도 아까운 영화'를 뽑자는 취지에서 시작돼 올 3월 34회째 시상식을 가졌다.
'라즈베리(Raspberry)'란 나무딸기를 말하지만 그 속에 경멸, 냉소의 뜻이 담긴 미국 속어이며, 수상자에게 주는 트로피는 '황금딸기'가 아니라 골프공 크기의 플라스틱에 도금한 것이다.
할리우드의 루스벨트 호텔에서 시상식을 개최하지만 대부분 수상자들은 불참한다. 2003년 영화 '지글리'로 최악의 남우주연상을 받은 벤 애플렉은 트로피를 CNN토크쇼에 나와 박살내기까지 했다. 그러나 쿨하게도 시상식에 참석한 수상자도 있다.
'캣우먼'으로 최악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핼리 베리는 시상식에서 "훌륭한 패자가 될 수 없다면 훌륭한 승자 역시 될 수 없다"라는 명언으로 감동을 주었다. 2001년 '프레디 갓 핑거드'의 톰 그린이 최악의 영화상·감독상·남자주연상·각본상을 휩쓴 후 시상식 때 턱시도까지 차려 입고 직접 준비해온 레드 카펫을 깔고 그 위에 서서 "나는 이 상이 받고 싶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2010년 3월의 '스티브에 관한 모든 것'으로 최악의 여우주연상에 선정된 샌드라 불럭은 시상식에서 사람들에게 촬영대본을 나누어 주면서 "내가 어떻게 연기했어야 했는지 설명해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불럭은 '블라인드 사이드'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탔다. 최초로 한 해에 래지상과 아카데미상을 모두 타는 배우가 되었다.
해마다 좋은 영화도 많지만 엉터리영화도 많다. 영화산업이 자본에 지나치게 좌우되면서 만들어지는 나쁜 영화에 대한 깊은 경각심이라고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