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영화상
최악의 영화상
  • 거제신문
  • 승인 2014.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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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광 논설위원

10월3일 제23회 부일영화상 시상식이 끝남과 맞물려 10월 2일에는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되었다. 부산은 온통 영화의 축제다. 영화인에게 영화상은 최고의 영광이지만 상을 준대도 받지 않으려는 영화상이 있다. 미국 35개 주와 해외 10개국에서 500여 명의 회원들이 투표로 선정하여 아카데미 시상식 전날 주어지는 '골든 라즈베리상' 줄여서 '래지상'라 불리는 영화상이다.

이 상은 1981년 존 윌슨이 '영화값 1달러도 아까운 영화'를 뽑자는 취지에서 시작돼 올 3월 34회째 시상식을 가졌다.

'라즈베리(Raspberry)'란 나무딸기를 말하지만 그 속에 경멸, 냉소의 뜻이 담긴 미국 속어이며, 수상자에게 주는 트로피는 '황금딸기'가 아니라 골프공 크기의 플라스틱에 도금한 것이다.

할리우드의 루스벨트 호텔에서 시상식을 개최하지만 대부분 수상자들은 불참한다. 2003년 영화 '지글리'로 최악의 남우주연상을 받은 벤 애플렉은 트로피를 CNN토크쇼에 나와 박살내기까지 했다. 그러나 쿨하게도 시상식에 참석한 수상자도 있다.

'캣우먼'으로 최악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핼리 베리는 시상식에서 "훌륭한 패자가 될 수 없다면 훌륭한 승자 역시 될 수 없다"라는 명언으로 감동을 주었다. 2001년 '프레디 갓 핑거드'의 톰 그린이 최악의 영화상·감독상·남자주연상·각본상을 휩쓴 후 시상식 때 턱시도까지 차려 입고 직접 준비해온 레드 카펫을 깔고 그 위에 서서 "나는 이 상이 받고 싶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2010년 3월의 '스티브에 관한 모든 것'으로 최악의 여우주연상에 선정된 샌드라 불럭은 시상식에서 사람들에게 촬영대본을 나누어 주면서 "내가 어떻게 연기했어야 했는지 설명해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불럭은 '블라인드 사이드'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탔다. 최초로 한 해에 래지상과 아카데미상을 모두 타는 배우가 되었다.

해마다 좋은 영화도 많지만 엉터리영화도 많다. 영화산업이 자본에 지나치게 좌우되면서 만들어지는 나쁜 영화에 대한 깊은 경각심이라고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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