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리 생각하니 지난 몇 년 동안 이런 저런 공연과 전시회로 마음의 씻김과 새로운 기운들을 전해준 지역의 문화와 예술의 산실인 '거제시문화예술회관'과 메세나란 단어가 떠오른다.
메세나(Mecenat)란 기업들이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활동을 총칭하는 용어다. 1967년 미국에서 기업예술후원회가 발족하면서 이 용어를 처음 쓴 이후 각국의 기업인들이 메세나협의회를 설립하면서 메세나는 기업인들의 각종 지원 및 후원 활동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 쓰이게 됐다.
따져보니 이곳 거제에 발을 디딘 것이 '거제시문화예술회관'의 개관과 거의 같은 시기다. 그리고 지나온 순간의 10년, 처음 한동안은 발걸음도 하지않은 곳이다. 건물의 외관은 멋지지만 문화예술을 위해 뭔가 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또 뭘 하는지 알 수도 없었다. 한다 해도 마음 가는 것이 없었다.
그런데 몇 해 사이 참 많이 달라져 내게 마음을 씻어주고 가라앉혀주는 아주 소중하고 친숙한, 그야말로 문화예술의 자리가 됐다. 이것은 어느 개인적인 인간관계나 친밀성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음악과 미술을 통털어 예술을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연과 전시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다음의 문화체육관광부 '2013 전국문화기반시설 총람-2012년 12월31일 기준' 보고서가 이를 증명한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214개의 공연장의 평균 공연일수는 139일이고 거제시(문화예술회관)는 231일이다. 평균 총 이용자수는 11만7803명이고 거제시는 10만8765명이다. 평균 유료관객은 2만3796명이고 거제시는 5만7996명으로 조사돼 거제시가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그런데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것은 '세계조선산업 1등 도시'의 1등 조선사가 과연 '글로벌 문화도시'를 위해 기여를 했을까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손가락셈으로도 우리 거제 지역에는 관현악이 두세 개 있고 여성합창단을 비롯한 성인합단 몇몇과 어린이, 청소년합창단 그리고 청소년 오케스트라도 두 개나 있지만 그 어느 한 곳도 기업과 메세나 프로그램을 맺고 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메세나가 아니더라도 자매결연이나 협력을 맺어 지원받고 있다는 소리 또한 듣지 못했다. 모두가 자생의 단체로 아니면 뜻 있는 단체에 소속해 정기연주회 때나 동네 구걸하듯이 하여 유지하고 있는 것을 뻔히 보고 있는데 '세계조선산업 1등 도시' 따라서 1등 조선사가 있는 '글로벌 문화 도시'라 할 수 있을까 싶다.
도리어 저 1등 조선사들은 명명식이나 자체 행사가 있으면 다른 지역의 연주단체를 불러 더 비싼 경비를 지불하고 있고 언론방송사가 하는 문화행사에는 우리가 생각지도 못할 금액을 후원으로 쾌척하는 것을 익히 보아온 터라 더더욱 동의가 쉽지 않은 부분이다.
이제라도 '메세나'에 관심과 실천이 주어져 세계 1등 조선사가 있는 도시는 '세계조선산업 1등 도시'이고 이 1등 도시는 '글로벌 문화도시'의 등식이 자연히 성립되고 이것을 자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가을밤이 깊어져 지난 추억 속의 가을 음악회와 전시회들이 더 그리워진다. 지금 이러함이 예향이란 자부심이 대단했던 항구도시에서 청소년기를 보냈기에 간직하게 된 아름다운 액세서리인줄을 안다. 우리 거제시의 아이들도 훗날 가을 어느 날 "글로벌 문화 도시 거제"의 한 음악회를 추억의 액세서리로 그리워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