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 균형발전 정책의지 강조, “남해안프로젝트, 시기상조”
나는 지난달 25일 12시 마산 사보이 호텔에서 있었던 대통령 초청, 경남 주요인사 오찬에 참석한 후 곧이어 2시30분에 진주 산업대에서 있었던 2단계 국가균형발전 선포식에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 자격으로 역시 참석했다.
오찬장 입장에 앞선 신분확인, 소지품 X선 통과 검사 및 비표 부여 등 일정한 검증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대통령과의 자리가 보통이 아니구나는 생각과 동시에 엄숙함까지 느껴졌다.
오찬장에는 도지사, 도내 각 자치단체장들, 기업대표들, 학계, 시민 사회단체 대표들이 망라돼 있었다.
옆자리에 있던 김한겸 시장을 만나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대통령의 발언과 나의 소회, 주변의 반응 등을 토대로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찬장에서의 참관기를 2회에 걸쳐 적어보고자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남지역 주요인사 초청 오찬장은 12시, 사보이호텔 4층에 마련됐다. 사보이 호텔은 노무현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곳이다. 노대통령은 후보시절 이곳에서 묵은 적이 있다.
호텔측은 노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당시 후보가 묵었던 방을 기념하는 뜻에서 ‘노무현 룸’을 만들었고 이후 노무현 룸은 마산을 찾는 주요 인사들의 단골 객실이 됐다는 것. 오찬장으로 들어서려는 나에게 몇 가지 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선 입구에 설치된 검색대였다.
경호를 위해 임시로 설치한 공항 검색대인 듯 했다. 소지품을 모두 꺼내 바구니에 담은 후 X선 통과 검사를 했다. 검색대를 통과하니 이제 비표를 부여하는 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름과 신분증을 초청인 명부와 대조한 후 컴퓨터 검색을 통해 비표를 부여했다.
나는 15번 테이블로 안내됐다. 1분도 채 걸리지 않을 오찬장 입장이 5분이 넘게 걸렸다. 오찬장은 자리가 자리인지라 다들 엄숙한 분위기였고 5인 오케스트라의 협연이 오찬 내내 잔잔히 흘렀다.
제대로 된 국가 근간 위해 저토록 노력하는데…
저렇게 원칙을 갖고 국가근간을 차근차근 만들어 가는 노력을 해 왔는데 왜 국민들은 인정해 주지 않으려는 걸까? 오히려 비난과 비판만이 난무할까?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오찬장에서 대통령의 진솔한 모두 발언 및 질의에 따른 답변을 들으며 내 머릿속을 내내 맴돌았던 화두였다. 오찬이 끝나갈 때 쯤 미리 선정된 질의자들의 질의에 따른 대통령의 답변이 시작됐다. 여기저기서 얼굴을 보려는 사람들이 일어서고 자리를 옮기고 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대통령은 에둘러가지 않았다.
특히 김태호 지사가 의욕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는 남해안 프로젝트에 대해 “남해안은 보배같은 자산이다. 언젠가 인공적인 손을 댈 수 있는 시점이 온다. 규제가 많아 일이 안되거나 엉망이 될 수도 있다. 남해안이 잘되려면 신뢰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개발을 해도 엉망이 되지 않는다는 믿음이 가도록 신뢰수준을 높여야 한다. 그 수준에 이르도록 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며 사실상 시기상조론으로 답했다.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 될 것, 지금해야 할 것과 이후로 미뤄야 할 것 등에 대한 구상을 국가의 장기적 전략과 원칙에 입각해 잘 정리하고 있었고 또 이를 솔직히 설명해 냈다. 사심과 정략적 이해타산과 지역적 이기심이 끼어들 여지가 없어 보였다. 역시 ‘노무현이다’라는 작은 반응들이 박수와 함께 여기저기서 조용히 터져 나왔다.
질의에 대한 답변을 마친 대통령은 “균형발전에 대해 몇 가지 당부가 있다”며 국가 균형발전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피력했다.
“균형발전은 헌법에 명시돼 있다. 헌법상 권리다. 강력히 요구해 달라.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없앨 수 없다. 계속 추진하지 않으면 심은 나무만 남고 잡초가 무성해 그 숲은 번성하지 못한다. 이 정책의 주인은 지자체다. 지방 주민의 몫이다. 이 정책에 지장이 되는 정책이 나오지 못하도록 여러분이 봉쇄해야 한다”고 대통령은 말했다.
국가 균형발전에 대한 정책의 연속성에 대한 당부요, 강조였다. 오찬장에는 한나라당 소속의 단체장들과 기업가, 학계 사회단체 대표들이 망라돼 있었다. 특히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들이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하는 묘한 호기심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