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마의 유혹에 뱀이 넘어가고 말았다. 가시연이 꽃을 피웠을 때 그걸 따 먹었지만 가시에 목이 찔러 그때 쏟은 피가 짙은 자주색 꽃잎이 되었다. 그때부터 뱀은 부처님을 피해 어둠 속으로만 다녀야 했다.
'가시가 있는 것들은 슬프다 / 사랑을 지킨다는 것이 왜 고통인지 / 가시에 찔려 보지 않은 사람은 사랑을 모른다' 가시연꽃을 보고 쓴 어느 시인의 시처럼 연(蓮) 중에서도 꽃과 줄기에 날카로운 가시가 호위무사 역할을 하고 있는 연이다. 꽃이 피는 것이 흔치 않아 '100년 만에 피는 꽃'으로 통한다. 꽃말이 '그대에게 행운을'이듯이 꽃을 본다는 것 그 자체가 바로 행운이기 때문이다. 가시연꽃 외에도 용설란, 소철, 토란, 대나무 등의 꽃도 100년 만에 피는 꽃으로 알려져 있다.
가시연의 씨는 천년동안 땅속에 묻혀 있어도 죽지 않고 살아 있다가 발아조건이 갖추어지면 싹을 틔운다는 전설을 가진 신비의 식물이다. 실제 6∼12cm정도 되는 종피가 매우 단단하여 50년 정도는 끄떡없이 땅속에서 지낼 수 있다. 가시연은 물 위에 떠서 자라는 우리나라 자생식물 가운데 잎이 가장 큰 물꽃의 왕이다.
그러나 참으로 안타깝게도 가시연은 물의 오염으로 멸종위기에 놓였다.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으로 산림청에서 지정한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 217종 중 보존 1순위 식물로,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천연기념물로 보호하고 있다.
경남에서는 창원 주남저수지, 창녕 우포늪, 합천 박실지에 가시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달에는 충남 홍성에서 가시연이 꽃을 피워 전국적인 화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