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다가 지난 주 우연히 잡지에서 '열린 옷장'에 관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 열린 옷장이란 옷장이 열려있다는 말이 아니라, 그건 하나의 명제화 된 나눔 프로젝트의 이름으로 자신이 입지 않는 정장을 다른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기증하여 다른 구직자가 최소한의 비용으로 그것을 입을 수 있게 하는 공유 서비스다.
나의 지난 사회 초년생 시절을 돌이켜 보면 정장 문제는 직장인으로서 참 부담스러운 것이었다. 그 시절에는 교사들이 정장을 입고 교단에 서는 것을 원칙으로 했고, 학생들의 모범이 되어야하는 입장이라 청바지나 티셔츠 몇 장으로는 도저히 버틸 수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몇 푼 안 되는 빠듯한 월급을 쪼개 다달이 정장 사는데 투자를 해야만 했다. 27년 전 교사인 나의 월급은 40여만 원이었는데 그 시절 좀 괜찮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정장 한 벌이 20만원을 훌쩍 넘었으니 옷 한 벌을 사려면 한 달 월급의 절반을 투자를 해야 했다. 당연히 가진 것 없는 나는 10개월 할부를 끊어 정장을 사야했고 늘 옷 때문에 경제난에 허덕였다.
그런데 '열린 옷장'이라는 데가 생겼다. 이제는 더 이상 정장 대란(?)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안정된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에게 그들이 입지 않는 정장을 기증하여 젊은이들이 알뜰하게 그 옷을 입고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게 도운다면 젊은이들은 더 이상 정장 구입으로 인한 경제란에 시달리지 않고 자신의 경제적 기반을 다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데서 시작한 일이란다. 참으로 기특한 발상이다.
우리나라 옷이 얼마나 잘 나오는지는 외국 나가보면 안다. 몇 년 전 호주와 미국에서, 그리고 가깝게는 지난 1월 영국에서 나는 그들이 만든 옷을 보면서 우리나라 같으면 돈 주고 입으라 해도 못 입을 옷을 그들은 좋은 옷이라 사는 것을 보았다. 바느질하며 디자인과 색감은 우리나라 어디에서든 찾을 수 없는 허접한 것인데 그 나라에서는 비싸게 팔렸다. 물론 그 나라에서도 고급 백화점 가서 돈 많이 주면 좋은 물건들 많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돈 많이 준 비싼 옷이 아니라 저렴하지만 손이 제대로 간, 어디를 입고 가도 허접하지 않고 깔끔한 그런 옷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옷, 정말 잘 만든다. 지난 1월, 우리나라에서 산 코드를 입고 외국에 나간 적이 있는데 외국 아지매들이 물어왔다. "이 코트 어디서 샀니?" "응. 한국 백화점에서 샀어." 했는데 사실은 주말에 빈둥거리며 채널 돌리다 홈쇼핑으로 주문한 코트였다. 한국은 홈쇼핑으로 집에 가만히 앉아서도 이런 고급 품질의 옷을 살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으나 일단 참아 주시고.
내친김에 일어나 내 옷장을 열어보니 지난 몇 년간 손도 대지 않은 정장이 몇 벌이나 된다. 이것은 앞으로도 입을 가능성이 없다는 말이다. 게다가 소인 대체로 취향 무난하신 관계로 지금 젊은이들이 바로 입고 나가도 소화할 수 있는 스타일들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옷장만 차지하도록 하지 말고 '열린 옷장'에 기증하여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는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정장으로 인한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