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어때서
내 나이가 어때서
  • 거제신문
  • 승인 2014.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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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광 논설위원

얼마있지 않아 육십줄에 들어설 지인에게 전화를 걸면 휴대폰 컬러링이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라는 오승근의 노래가 경쾌하게 울려나온다. 미소를 짓게 하는 노래이긴 하지만 나이가 든 사람의 한(恨)처럼 들리기도 하고 저물어 가는 인생에 대한 발악처럼도 들려 씁쓸하다.

1940년 생으로 춘천교대를 나와 40년간 교단에 몸 담았다가 1998년에 명퇴한 황안나씨는 그의 나이 65세가 되던 해에 여자의 몸으로 해남 땅끝에서 통일전망대까지 23일 간에 걸친 국토종단 여행을 책으로 냈는데 그 제목이 '내 나이가 어때서'였다.

평소에도 암벽등반을 즐기고, 무박산행은 자주 있는 일이고, 네팔 트레킹도 다녀왔다. 68세가 된 2007년에는 동해바닷길을 시작으로 남해를 거쳐 서해안 끝까지 4천km를 혼자서 도보여행을 했고, 그 후에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도 마쳤다. 삶에 나이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교훈이다.

한국관광공사를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하던 도중 설훈의원이 증인으로 출석한 자니윤 상임감사에게 "나이가 들면 판단력이 흐려지는데, 은퇴하셔서 쉬셔야할 나이 아닌가?"하고 허튼소리를 했다. 참고로 나이가 들면 기억력은 흐려지지만 판단력은 더 또렷해진다는 게 맞는 말이다.

세종임금 때의 명재상인 황희정승은 86세에 은퇴한 후에 농사개량을 위한 경제육전(經濟六典)을 저술했고, 그렇게 멀리 가지 않아도 김대중 대통령은 81세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했고, 더 가까이로는 올해 86세의 김동길 교수는 지금도 TV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고, 자니윤보다 한 살 더 많은 배우 이순재씨의 그 흐트러짐 없이 정정한 모습을 우리는 보고 있지 않는가?

어릴 때보면 시장에 약장수나 뱀장수가 전을 벌려 놓고 "아이들은 가라! 아이들은 가라!"하고 쫓아내더니, 노인폄하에 일가견을 가진 새정연은 '노인은 가라! 노인은 가라!'를 외치는 '불효정당'이 되고 말았다.

인생은 '얼마나 살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에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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