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물었다.
"여러분 다음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합당한 결론을 내려 주십시오. 임신 중인 한 여인이 있습니다. 그녀의 남편은 매독에 걸려 있으며, 안타깝게도 그녀마저 폐결핵에 걸려 있습니다. 상황이 참으로 비참하기 그지없습니다. 더욱이 그녀의 첫 아이는 장님으로 태어났고, 둘째는 사망했으며, 셋째는 귀머거리, 막내는 그녀와 마찬가지로 폐결핵에 걸려 연신 피를 토하고 있습니다. 이 어머니는 지금 낙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조언이 필요합니다. 조언자는 바로 여러분입니다. 어떤 조언이 적당할까요?"
잠시 침묵이 흐른 뒤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낙태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선생님이 말했다. "여러분들은 방금 위대한 작곡가 루드윅 본 베토벤을 죽였습니다."
그렇다. 우리는 너무 일찍 포기해서 정말 중요한 기회를 놓쳐버리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만두는 것은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쉬운 일이다. 그러나 누가 아는가? 10년 뒤 혹은 20년 뒤에는 '인생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는지.
하버드대 교육신경학 교수인 토드 로즈는 어린 시절 산만하고 학업능력이 떨어졌다. 그런데 그런 그가 하버드대학의 교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믿고 기다려주는 부모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13세 때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와 학습장애 진단을 받았다. 로즈의 학습능력을 무기력하게 만든 데도 교사가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교사가 시 쓰기 숙제를 내주자, 글쓰기를 좋아한 로즈는 밤새 시를 썼다. 하지만 교사는 "네가 쓴 게 아니야"라며 로즈에게 F를 줬다. 그때부터 로즈는 무기력을 학습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ADHD를 악화시키고 학습능력을 손상시켰다.
18세에 고교에서 퇴학당했고 19세엔 여자 친구가 임신을 했다. 사람들이 보기에 그는 '스스로를 망치려고 작정한 아이'같았고 감옥이 어울리는 청소년이었다.
하지만 그의 부모는 사고뭉치 아들을 끝까지 믿어주었다. 언제나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어느새 그의 산만함은 혁신의 자질로 변형됐다. 그는 로컬 칼리지를 거쳐 하버드대를 나와 교육사상과 교육신경학의 권위자가 되었던 것이다. 토드 로즈 교수는 한국에서의 엄마의 자녀 교육에 관한 열정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이런 말을 했다.
"부모는 자녀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한국 엄마의 열정과 믿음을 존경합니다. 다만 그 열정이 '자녀에 대한 불신'으로 변질되지는 않는지, 때론 맹목적이지 않은지 돌아볼 필요는 있습니다. 내 어머니는 아들이 사고뭉치였음에도 '이 녀석은 정말 구제불능이야'라고 단 한 번도(그저 푸념으로라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언제나 내 편이었고, 나는 이를 의심해본 적이 없습니다. 모르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아이들은 엄마의 믿음을 언젠가는 알아챕니다. 그게 언젠가 큰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로즈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데는 교사의 역할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혹독한 겨울, 도무지 봄이 올 것 같지 않지만, 때가 되면 나뭇가지마다 새순이 돋아나고 따사로운 햇살에 봄기운이 가득해지기 마련이다. 한 겨울처럼 살을 에는 듯한 고통과 시련의 때를 지나고 있다 할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믿고 기다리면 봄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