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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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제신문
  • 승인 201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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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용 / '문학세계' 동시등단·'문장21' 평론 등단

어린이처럼
순 오를 때부터
곧게
비바람 몰아쳐도
바르게
찬바람 스쳐도
푸르게


 



.
.

·시 읽기: 동시집 '하얀 까치집 검은 까치집'(2003)에 발표한 평자의 자작 동시이다. 평범한 시어를 채택해 어린이와 대나무를 겹쳐 놓았다. 죽순이 솟아올라 쑥쑥 커 가는 모습을 형태적으로 시각화한 동시이다. "쑥/쑥//자/란/다/././."라며 한 글자씩 행을 나누고, 다시 줄임표를 땅속의 대나무 뿌리처럼 느끼도록 점 하나씩을 한 행으로 세 번 배열하였다. 리듬과 이미지 단위로 행과 연을 나누는 것을 뛰어넘어 회화성이 돋보이도록 형태적 실험을 한 것이다. 어린이가 책을 대할 때 글보다는 그림을 재빨리 수용한다는 인지 능력과 아동 심리를 고려한 것이다. 또한, 함축과 여백의 아름다움이 어린이에게 더 긴 여운을 남길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짧은 동시로 창작하였다.
 어른의 눈이 주지적 태도를 견지하는 것과는 달리 어린이의 눈은 주정적 태도를 견지하는 경향을 보인다. 어린이는 자연과 사물을 접할 때, 관찰하면서 느낌 그대로의 순간 포착에 무게를 둔다. 어른이 내면적 사색의 세계를 중시한다고 할 때, 어린이는 직감적 시각의 세계를 중시한다. 이처럼 어린이를 대할 때,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주고자 하는 자세와 배려를 늘 염두에 두며 살아감이 좋을 성싶다. (문학평론가 신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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