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것은 무엇이나 판다
돈 되는 것은 무엇이나 판다
  • 거제신문
  • 승인 201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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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광 칼럼위원

▲ 김미광 거제중앙고 교사
지난 1월 영국을 다녀온 나의 영국에 대한 소감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영국인은 돈 되는 것이면 무엇이든 판다.' 영국은 듣던 대로 고색창연했다.

수백 년이 지난 멋진 건물하며 동화 속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은 오래된 집들, 아무데나 카메라를 들이대면 바로 그림엽서가 탄생하는 듯 했다. 그러나 그건 멋진 겉모습이고, 안으로 들어가면 그들이 그렇게 이를 악물고 지켜낸 건물이나 문화유산에 모두 입장료를 붙여놓고 있었다.

영화 해리포터의 식당 장면을 찍은 옥스퍼드 크라이스트 처치 대학의 식탁이 놓여있는 식당에 들어가는데도 돈을 받았다. 식당 하나 보는데 우리 돈으로 1∼2000원이 아닌 1만3000원이 넘는 입장료를 지불해야한다. 해리포터 영화로 벌어들이는 돈 보다 장기적으로 보면 식당 하나 보여주고 관광객들로부터 벌어들이는 돈이 더 많을 수도 있단다.

영국이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던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 나도 개인적으로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그의 소네트를 매우 좋아한다. 하지만 영국인들은 셰익스피어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뿐 아니라 셰익스피어를 완전히 상품화시켜놓았다.

대부분의 서점에는 셰익스피어 코너가 따로 있었고 많은 관광 상품에 셰익스피어 작품을 인용한 문구를 적어 넣어 팔았다. 게다가 셰익스피어의 고향으로 가 보면 더 기가 찬다. 셰익스피어와 관련된 집이 5채인데 모두 입장료가 있다. 셰익스피어의 집, 그의 딸 집, 손녀 집, 심지어 셰익스피어가 18세 때 결혼한 그의 아내 앤 헤서웨이가 살았던 집까지 입장료를 받는 집에 끼여 있다.

영국에서 공짜는 박물관밖에 없다. 이런 영국인들의 모습이 너무 속물스러워서 약간 당황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나라가 그들에게서 본받아야할 것들 중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해보았다. 유적과 환경을 보호하면서도 관광수입도 얻고, 문화유산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수단도 되고.

영국은 그들의 조상의 유적을 결코 너저분하거나 조악하게 관리하지 않았다. 가서 보면 정말로 고급스럽고 깔끔하고 아름답게 가꾸어 놓았다. 다시 가서 봐도 좋을 듯한 영국식 정원도 여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어차피 유적을 관리해서 관광수입을 얻으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빈틈이 없었다.

나도 처음에는 영국인들이 조상 잘 만나 관광 수입을 짭짤하게 올리는 것이 불만스러웠고 어딜 가든 돈을 내야하는 것에 질릴 것 같았다. 하지만 어디를 다녀도 너저분한 곳이 없었고 본전 생각이 나는 데는 없었다.

우리는 유적관리와 보존을 철저하게 해 결코 허접하게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나라든 본받을 것은 본받아야 한다. 우리가 좋아하지 않는 일본인들에게선 그들의 깔끔함과 친절함, 과묵한 영국인들에게서는 고상함과 세련됨을 배워 우리 문화유적관리에 적용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찬란한 문화가 서양인의 눈에 절대로 허접하거나 조악하게 보이지 않도록 우리의 것을 관리하고 가꿀 때가 아닌가 한다.

자, 이제 눈을 돌려 우리의 고향 거제에 있는 문화유산들을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거제에 살고 있는 많은 외국인들이 그들의 고향으로 돌아가 거제의 문화를 기꺼이 소개해도 좋을 그런 유적이 어디에 어떻게 있는지 알고 있는가? 과연 그 유적들은 외국인들이 감명을 받을 만큼 잘 관리되고 진정 가볼 만한 곳으로 가꿔져 있는지 한 번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도 영국처럼 결코 싸지 않은 입장료를 지불하고도 아깝지 않은 그런 문화유산을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애써 뭔가를 개발하는 것보다 더 훌륭한 투자 방법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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