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 / '문장21' 등단
몸속에 갇혀 있던 소리가
출구를 찾지 못해
몸이 돌로 변했다
소리를 들어 봐
천 년 전부터 몸속에 맴돌고 있는
그 소리를 들어 봐
비바람도 소리의 출구를 찾아주지 못해
몸이 더 단단한 돌이 되었다
소리를 들어 봐
몸속에서 증폭되어 온몸을 흔드는
그 소리를 들어 봐
언젠가 몸을 뚫고 터져 나올 소리
돌을 가루가루 흩어내고
그 자리에 남을 소리
공(空)!
·시 읽기:《문장21》 25호(2014·여름호)에 실린 시이다. 이 시의 주제는 공(空)이다. 시적 화자는 돌부처의 소리를 통해 공의 깨달음을 추구하고 있다. 일체만물에 고정불변하는 실체가 없다는 공사상은 불교의 근본교리이다. 반야심경의 "물질이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이 물질과 다르지 않으며, 물질이 곧 공이요, 공이 곧 물질이니, 느낌과 생각과 의지와 판단도 또한 그러하다(色不異空 空不異色 色卽是空 空卽是色 受想行識 亦復如是)"라는 말이 공사상의 핵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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