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처의 소리
돌부처의 소리
  • 거제신문
  • 승인 2014.11.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성민 / '문장21' 등단

몸속에 갇혀 있던 소리가
출구를 찾지 못해
몸이 돌로 변했다
 
소리를 들어 봐
천 년 전부터 몸속에 맴돌고 있는
그 소리를 들어 봐
 
비바람도 소리의 출구를 찾아주지 못해
몸이 더 단단한 돌이 되었다
 
소리를 들어 봐
몸속에서 증폭되어 온몸을 흔드는
그 소리를 들어 봐
 
언젠가 몸을 뚫고 터져 나올 소리
돌을 가루가루 흩어내고
그 자리에 남을 소리
 
공(空)!

·시 읽기:《문장21》 25호(2014·여름호)에 실린 시이다. 이 시의 주제는 공(空)이다. 시적 화자는 돌부처의 소리를 통해 공의 깨달음을 추구하고 있다. 일체만물에 고정불변하는 실체가 없다는 공사상은 불교의 근본교리이다. 반야심경의 "물질이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이 물질과 다르지 않으며, 물질이 곧 공이요, 공이 곧 물질이니, 느낌과 생각과 의지와 판단도 또한 그러하다(色不異空 空不異色 色卽是空 空卽是色 受想行識 亦復如是)"라는 말이 공사상의 핵심이다.
 시적 화자는 돌부처를 보면서, 그 돌부처의 존재와 돌부처의 소리의 존재를 좇는 과정에서 공을 깨닫는다. 돌부처는 형태를 이룰 뿐, 근본적인 돌부처의 자아는 없다. 그리고 돌부처의 소리라는 자아도 없다. 자아가 없으면 그것이 무아(無我)이고, 무아는 바로 공이다. 이를 깨닫는 과정을 돌부처의 소리에 대입해 시화한 것이다. 이처럼 세상만사가 원인과 결과로 얽혀 서로 의존하는 관계임을 많은 이가 깨닫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문학평론가 신기용)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