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동바다 용바위 이야기
학동바다 용바위 이야기
  • 거제신문
  • 승인 2014.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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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으로배우는거제역사17]거제의 구비문학

먼 바다에서 학동마을을 바라보면 노자산과 가라산이 양쪽 날개를 펴고 바다를 향해 날고 있는 학(鶴)을 닮아 있는 형국이다. 산 아래로 뻗어 있는 학동 뒷산이 학의 머리에 해당하기 때문에 학동이라는 마을이름이 생겨났다.

학동마을 바닷가는 약 1.6km의 해안선인데 여기에 흑진주 같이 검고 고운 몽돌이 지천으로 깔려 있고, 오른쪽으로 십리 길에는 자연산 동백나무가 군을 이루고 있는 천연기념물 보호지구다. 거제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중에 한 곳이다.

학동마을에서 해금강 쪽으로 바닷가 끝 지점쯤에 용(龍)머리를 닮은 바위가 우뚝 서 있는데 이 바위를 사람들은 '용바위' 또는 '용두암'이라 부른다. 사람들은 여기가 용궁으로 가는 수문장이 버티고 있는 입구라고 생각하고 있다.

바람이 심하게 불고 파도가 높이 일면서 검푸른 물빛이 바다를 뒤덮을 때면 이 용바위에서 소름 끼치는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어떤 어부가 풍랑을 당해 간신히 살아 이 바위 아래까지 떠밀려 왔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바위 아래로 길이 있고, 그 길을 따라 내려갔더니 용궁이었다고 한다. 용궁에는 꽃과 향기로 가득했고 아름다운 처녀들은 곡조에 맞춰 다듬이질을 하고 있었고, 남자들은 글을 읽고 있는 소리가 어찌나 낭랑한지 꿈과 같았다고 했다.

사람들의 이야기로는 이 바다 속에 사는 용왕에게 두 아들이 있었다고 한다. 용왕은 옥황상제께 부탁을 하여 두 아들을 하늘의 용이 될 수 있도록 약속을 받았다.

하루는 용왕이 두 아들을 불러 놓고 "너희들은 바다의 용이 아니라 이제부터 하늘의 용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단다. 이 좁은 바다보다는 넒은 세계로 나가 좋은 일을 하도록 하여라. 내일 아침에 무지개가 다리를 놓아줄 것이다. 그 무지개를 타고 용궁을 떠나도록 하여라" 하고 여의주 두 개를 꺼내 각각 한 개씩 나누어 주었다.

그런데 동생은 착한데 형은 아주 욕심꾸러기였다. 동생과 함께 용이 되는 것보다는 혼자 독차지 하고 싶었다. 그래야만 더 많은 권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형은 아침 일찍 무지개가 뜰 때를 노리고 있다가 무지개가 뜨자 얼른 동생의 여의주까지 챙겨 하늘길로 올랐다.

형이 무지개를 타자 자꾸 무지개가 휘청거렸다. 여의주 두 개의 무게로는 무지개다리를 건널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모르고 하늘로 가기 위해 허우적 거리다가 용왕에게 들키고 말았다.

"네 이놈! 그런 욕심으로 하늘의 용이 될 수 있겠느냐? 죄를 뉘우칠 때까지 벌을 내리겠노라."

용왕은 동생을 오색 무지개에 태워 하늘로 보내고 형은 학동 바닷가에 바위로 변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용궁으로 들오는 길을 지켜보도록 명령했다. 형이 자기 죄를 뉘우치고 욕심 없는 마음이 될 때야 용바위의 벌은 풀어지고 승천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바위가 없어지면 아마 그때는 바위가 되었던 형이 용으로 승천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고기가 잘 잡히지 않거나 마을에 큰 재앙이 생기면 마을사람들이 이 용바위에 와서 용왕제를 지냈다. 용바위가 된 형이 적선을 베풀기 위해 마을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어 고기가 잘 잡히고 마을의 재앙도 깨끗하게 풀리게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날씨가 궂거나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면 용바위의 애달픈은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정리: 윤일광 논설위원(자료: 거제향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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