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국가 균형발전의 중요성 및 이를 강력히 요구해야한다는 당위는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 정책적 사안인 만큼 정당의 차이를 떠나 특히 지방에 있는 단체장들일수록 충분히 동의하고 추동해 나가는 것이 당연지사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이어 대통령은 “ 지난해 경남의 종부세가 0.8%였다. 그런데 경남에 분배된 종부세는 7.9%다. 돈으로 약 992억원이다. 지금까지 이런 지원 받은 적 없다. 그런데 지방세화하라고 한다. 지방세화하면 재분배 못한다. 그 지방에서 거둬 그 지방에서 쓴다. 서울 신문들이 이 문제에 대해 입 다물고 있다. 지방의 언론이 이를 지적해야 한다. 단체장들이 자기 당 지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지방에 불리한 것은 가로 막아줘야 한다”며 “균형발전은 한국의 미래성공 대단히 중요하다. 성공하지 못하면 한국은 분열된다”고 말했다.
지방의 단체장들이 지방에 불리한 정책들은 당을 떠나 막아야 하고 균형발전 정책은 한국의 미래를 좌우하는 근간이자 지방이 소외되지 않고 특성있게 골고루 발전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이므로 이를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의 전달이었다.
지방의 입장에서 보면 혁신도시 만들고 지방대학 육성시키고, 지방인재 채용하고, 종부세 등 국가재원 골고루 재분배 하고…오히려 더욱 강력히 요구하고 당연히 앞장서 지켜내야 할 균형발전정책 아닌가?
그럼에도 무엇이 대통령으로 하여금 고향 경남에까지 내려와 이렇게 강력히 호소하게 만들고 있을까?
“지도자는 법적 도덕적 정통성이 있어야”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정치관을 피력했다.
대통령은 “한국을 성공한 사회로 만들고 싶다. 후진적인 구석이 세 군데 있다. 정치와 복지, 언론분야가 그렇다. 정치는 정통성에 대한 존중이 너무 취약하다. 지도자는 법적, 도덕적으로 정통성이 있어야 한다. 정치에 원칙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의 대선국면, 특히 원칙과 소신 없이 왔다 갔다 하며 눈에 보이는 이익을 우선으로 세 몰이식으로 이리저리 휩쓸리는 정치판을 비꼰 것이리라.
대통령 자신이 성공한 밑바탕이 원칙이요 소신이었지 않나? 가장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정치판, 이에 냉혹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 국민정서, 이런 것들에 대한 대통령의 아쉬움의 표현인 듯 했다.
언론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그간의 느낌을 다소 격정적으로 피력했다. “어느 편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의 문제다. 마구 해 버린다. 제발하고 사실대로 보도해 달라. 책임져줬으면 좋겠다. 대통령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사람이다. 그런데 막 깔아 뭉갠다”는 것이다.
임기 내내 메이져 언론과 대립하며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온 대통령의 고뇌와 어려움이 묻어났다.
‘아’ 했는데 ‘어’ 했다는 식으로 엇갈려 나간 지난 4여년간의 대언론 관계.
대통령의 의지와 정책적 소견이 왜곡돼 국민들에 전달되고 성과가 폄하되고, 낮은 지지율을 낳고, 정책성공의 가능성을 낮추고…, 왜 대통령을 못 잡아 먹어 안달이 났을까? 국민들이 알아서 잘 판단해 줄 것이라는 믿고 열심히 달려왔는데. 순진한 믿음이었을까?
대통령은 끝으로 복지부문을 언급했다.
대통령은 “복지 정말 형편없다. 아이 때 100원 투자하면 20세되어서 100만원 아낄 수 있는게 복지다. 복지는 실질적인 투자다. 사회실패 요인을 제거하고 인적자원 유지, 발전시키는 전략이다. 미국, 일본의 절반수준이다. 반드시 고쳐야 한다. 재임시 노력했지만 아직 언발에 오줌누기다. 정책을 하면서도 허기진 느낌이었다”고 했다.
복지는 예산확대를 필연적으로 동반한다. 세금증대, 얼마나 어려운 문제인가? 나중에 문제가 되든 말든 임기 중 건드리지 않고 조용히 넘어갔으면 하는 게 세수확대다. 실제 이전의 집권자들이 그래 왔다.
그러나 노대통령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고 임기중 손을 댔다. 복지확대를 주장하며 오히려 감세정책을 요구하는 야당 등의 이율배반적인 공세에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재원 없이 어떻게 복지투자를 할 것이며 세수확대 없이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 것이며 국민적 동의 없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세수확대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당장 내 주머니 털어주기가 쉽지 않은 법,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렇지만 대통령은 의지를 갖고 시작했다. 언 발에 오줌 눈 격밖에 되지 않았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복지에 대한 투자개념을 갖고 장기적 국가전망에 따라 복지투자를 증대하며 세수확대 필요성을 역설했다.
국민연금, 의료보험 등이 그 단적인 예였다. 이런 것들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어뜨린 이유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임기 중 지지율을 까먹을지언정 “역시 노무현이다. 노무현이니까 할 수 있었다”라는 더 고귀한 역사적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확신이 들었다.
정치에서 돈을 몰아냈고, 언론과의 ‘그렇고 그런 관계’를 청산, 부정과 부패 고리에 일대 혁신을 가져왔으며 행정수도, 혁신도시 건설, 공공기관 지방이전, 지방인재 채용의무화 등의 균형발전의 틀을 마련했던 노무현 대통령.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 왔던 부동산대책들이 당신을 비웃곤 했지만 그래서 기득권의 성토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부정과 부패에 스스로 연루된 적이 없는 대통령.
작전권 환수를 통해 진정한 자주국방의 틀을 마련했고 대한민국의 보편적 교육과 복지확대를 위해 기득권과 쉼 없이 싸워온 대통령. 개혁 그 자체였다. 필연적 저항이었으리라.
현실은 이런 업적들이, 국가대계를 그리는 그의 고뇌와 의지들이 그대로 국민들에 받아들여 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