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영소방서
서호119안전센터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소방방재청과 함께 추진해 첫 정규 방송 된 SBS '심장이 뛴다'. 국민들에게 어쩌면 생소하게만 느껴지던 3만8000여명의 소방대원들을 다룬 예능 프로그램이 방영됐다. 소방대원의 한명으로서 예능프로라는 소식에 사실 걱정이 앞섰다. 피땀 흘리는 소방동료들의 모습을 일회용 웃음거리로, 방송거리로 전락시키는 것은 아닐지 우려스러운 마음이 컸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걱정은 사라지고 매주 화요일만 기다리는 열혈 시청자가 됐다. 생생한 현장을 보여줌으로써 다소 시민들에게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거리감이 방송을 통해 소방관의 업무를 더 가깝게 느끼게 된 계기가 되고 있다. 더구나 유명 연예인들이 직접 발로 뛰고 소방관이 되어 체험하는 방식으로 119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하던 청소년들을 TV앞으로 끌어 들임으로써 소방의 이미지 향상에도 대단히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이 든다.
이 프로그램의 주된 모토는 연예인들의 직접적인 소방체험이지만 얼마 후부터 소방차 길 터주기 프로젝트인 '모세의 기적'을 본격적으로 실시했다. 물론 우리 소방조직에서도 연중 길 터주기 행사를 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는 매달 19일마다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지만 노력에 비해 성과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하지만 방송의 파장은 정말 대단했다. '모세의 기적' 프로젝트 덕분인지 출동 중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현상이 보이게 됐고, 한층 성숙해진 국민들의 시민의식을 볼 수 있었다.
'모세의 기적'이라면 마치 거창한 것 같지만 사실 그렇게 어려운 기적이 아니다. 소방차량 출동 시 마치 모세의 기적처럼 막혀 있던 도로가 바다가 갈라지듯 양 옆으로 피양해 주는 것으로 외국의 사례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만들어 보자는 프로젝트이다. 쉽게 말해 차로 꽉 막힌 도로 위에서 일각을 다투는 응급차량을 위해 길을 터주자는 것이다. 필자 역시 구급차를 운전하는 사람으로서, 참으로 답답하고 화가 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현재 '구급차와 소방차에게 길을 양보해달라'는 메시지인 '모세의 기적'을 위해 공익CF제작, 그리고 스티커 배부 등을 적극 홍보하면서 시민의식을 바꿔놓는 계기를 마련했다.
각 소방서들도 스티커를 배포하며 이 프로젝트에 동참해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고 스티커를 부착한 시민들은 인증샷을 커뮤니티에 올리며 응원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필자 역시 그렇게 관심 없던 친구들이 스티커를 구해달라는 연락이 와 언론매체의 효과를 몸소 실감하고 있다. 하지만 모세의 기적이 일상화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다수의 사람들이 응급차량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성숙된 시민의식 부족으로 소방차량의 신속한 현장 출동 역시 어려운 실정이다. '모세의 기적'이 보편화되기 위해선 관련 법의 제·개정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일회성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관심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듯 하나의 날개짓이, 아니 한 사람의 차량 피양이 대한민국 전체로 퍼져 '모세의 기적'이 이뤄지길 바라본다.
이제 '심장이 뛴다'의 프로그램은 막이 내렸지만, 5000만 한국인들의 심장은 오늘도 힘차게 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