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 / 시인·수필가·'문장21' 등단
오늘을 그대라 하겠네
창가를 지나는 모든 것들을
오늘은 다 그대라 부르겠다
시간이 기움에 따라
벽 쪽으로 기대 가는 햇살의 그림자를
저녁이 옴에 따라
가슴 가까이로 젖어 드는 소쩍새 소리를
어둠이란 이름으로 물들어 가는 붉은 하늘을
아무도 몰래 내뱉는 뜨거운 숨처럼
잔잔히 퍼져 가는 저녁의 무늬들을
오늘은 다 그대라 하겠다
·시 읽기:시 읽기: 《문장21》27호(2014, 겨울호)에 실린 시이다. 제주도 토박이 시인 김영미의 시 「속삭인다는 것」을 수개월 전 이 지면에 소개한 바 있다.
어미 '-겠-'은 여러 뜻으로 쓰인다. 이 시에서는 '주체의 의지를 나타내는' 뜻으로 적확하게 쓰이고 있다. 시인은 1연에서 "창가를 지나는 모든 것들을 오늘은 다 그대라 부르겠다"라며 의지를 분명히 한다. 나아가 2, 3연에서 '햇살의 그림자, 소쩍새 소리, 붉은 하늘, 저녁의 무늬들"을 "오늘은 다 그대라 하겠다"라며 시인의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시인은 2연에서 '햇살의 그림자'는 "시간이 기움에 따라/ 벽 쪽으로 기대" 간다고, '소쩍새 소리'는 "저녁이 옴에 따라/ 가슴 가까이로 젖어" 든다고, '붉은 하늘'은 "어둠이란 이름으로 물들어" 간다고, '저녁의 무늬들'은 "아무도 몰래 내뱉는 뜨거운 숨처럼/ 잔잔히 퍼져" 간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을 통해 "오늘은 다 그대라 하겠다"라며 시인의 의지를 강하고 표명하고 있다.
이처럼 오늘 우리도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향해 그대라 불러보는 것이 어떨까?
(문학평론가 신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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