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를 거부하라
통제를 거부하라
  • 거제신문
  • 승인 201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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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수 칼럼위원 거제시외식업지부 사무국

▲ 김계수 거제시외식업지부 사무국장
바쁜 일상이다. 바빠도 너무 바쁜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럴수록 정신 차리기 어렵고 온전한 내가 보이지 않는다. 나를 돌아 볼 여유가 없으니 남인들 제대로 보일까. 가끔 무서운 속도로 반격하는 시간 속에 허물어진 나를 발견하곤 깜짝 놀란다. 잘 다듬어지고 규격화된 인간의 틀 속에 매뉴얼화 된 가상의 인격만이 존재하는 것 같다. 스마트한 것처럼 보여도 너 나 할 것 없이 세상 모두 지쳐 보인다.

정말 세상이 환호할거리가 사라진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잠시 방황하는 것인지, 이대로 지냈다가는 영영 나를 찾지 못하고 늙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된다. 습관이든 의도적이든 술을 먹지 않아도 블랙아웃 현상이 생활 곳곳에서 일어난다. 은행 창구나 자동 입출금기 앞에서, 인터넷을 켜고 물건을 살 때나 혹은 집 앞에서 비밀번호 때문에 머뭇거린 기억이 있다. 복잡해질수록 수많은 비밀번호를 간직하고 살아야 하는 세상이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화번호를 확인하지 않고 통화 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그 수가 형편없이 적다는 것에 나 스스로 놀랄 때가 있다. 이미 우리의 심상을 키우는 두뇌마저도 기계의 자리에 내주고 만 것인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서를 이끌고 관심을 일으킬 수 있는 공유 시스템도 많이 망가진 듯하다. TV토론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주어진 논제에 대해 자기 목소리만 높다. 너와 내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입장에 대해 이해의 노력이 사라지고, 서로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만 있다. 도대체 타협을 모른다.

2014년 대한민국을 내내 뜨겁게 했던 큰 이슈들도 제대로 타협된 것이 없다. 입시지옥이나 취업관문, 혼탁한 정치, 불신에서 비롯된 세상의 사건들만 보면 도무지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 없다. 재미와 흥이 없으니 상대방의 긍정적인 정서에 반응할 여유가 사라진다. 마음의 안과 밖, 어디서든 먹잇감을 노리는 공격성만 번뜩거리고 있다.

2014년 한 해가 끝나간다. 꽤나 슬프고 답답한 시간이었지만, 서로 다른 입장들 때문에 마음 다친 사람들이 위로 받을 시간이다. 또는 자신의 한계에 부딪혀 절망하는 사람들도 지나 온 걸음을 정리하고 다시 발돋움 할 때다. 하나의 끝은 이미 다른 시작이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주변의 일들에 대해 실망하고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은 사회의 시스템, 즉 권력, 지위, 그것들과의 관계나 통제에 스스로를 가뒀기 때문이 아닐까.

삶을 즐기기 위해서 가끔 통제를 거부하자. 무엇보다 사는 게 재미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찾아 제대로 즐겨야 한다. 누구든 자신의 지위에서 내려와야 하고, 모든 권력에서 해방되기를 주저해서는 안 된다. 참고 인내하는 삶이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는 시대는 지났다.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든, 산에 올라 새소리를 듣는 일이든 자신이 좋아하고 재미있는 일을 찾아 사회가 명령하는 통제에서 가끔은 벗어나기를 바라본다. 그래서 타인이나 사회와 적절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편안하고 일정한 정서를 유지할 수 있다면 이젠 좀 쉬어야 한다. 노는 것이 아니라, 휴식을 통해 둔탁해진 너와 나의 감정 사이를 부드럽게 하고 외부의 자극에 너무 민감하지 않으면서도 내면의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다면 최고의 휴식이 되지 않을까?

어느 시인의 말처럼 하늘을 나는 새들보다도 더 땅을 적게 밟고 사는 요즘 사람들이 많이 아프다. 문 밖을 나서면 엘리베이터가 가동되고 곧바로 자동차로 향한다. 자동차에 내려서 사무실을 향해 몇 발 떼기도 전에 다시 엘리베이터가 멈추어 선다. 도무지 걸을 시간과 여유가 사라진 인간이란 종족이 점점 쇠퇴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새들의 울음소리를 즐기지 못하고 별이 몇 개인지 세어보지 못한 자신을 나무라는 정서와 휴식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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